제 5장. 스포츠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서/2) 야구를 보기위한 안내서

또 다시 우승도전에 실패한 LG. 과연 문제는 무엇일까.

프로여행러 2021. 11. 15. 20:44
반응형

2021년 리뷰: https://lifetravelers-guide.tistory.com/416

2021년 프리뷰: https://lifetravelers-guide.tistory.com/371

 

- 올해 LG는 실패인가?

올 시즌 LG는 72승 14무 58패로 1위그룹(삼성, kt)와 1.5경기차 3위를 기록했다. 성적자체는 좋지만 올해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었다는 평가를 생각한다면 아쉬운 성적이다.

 

2020시즌 LG와 순위경쟁을 하던 4팀은 각각의 전력 유출이 있었다.

 

NC: 시즌중 박민우, 이명기, 박석민, 권희동 이탈(전년도 war합 12.28)

kt: 로하스 이적(war 7.62)

두산: 최주환, 오재일 이적(war 7.67), 알칸타라, 플렉센 이적(war 11.8)

키움: 김하성, 김상수 이적(war 7.94), 시즌 중 한현희, 안우진 이탈

 

시즌전에는 NC에서 이탈이 없었기 때문에 유력한 2위로 예상되었긴 하지만 시즌중에 가장 큰 이탈을 겪은 팀이 NC라는 점에서 지난해 전력을 상정했을 때 LG의 우승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상황이었다. kt 역시 로하스 이적 공백을 (정규시즌 우승임에도) 완벽하게 메우지 못했고, 두산, 키움의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지난시즌 4위에서 3위로 올라섰으나(정규시즌 기준) 올해 역시 준플레이오프에서 마감하면서 최종순위는 4위로 마감하게 되었다. 다른 팀이었으면 충분히 좋은 성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올해 LG는 우승을 노렸던 팀이었던 만큼 아쉬움이 큰 시즌. 그래서 LG의 올시즌은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렵다.

 

- LG는 약팀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 LG는 절대 약팀이 아니다. 

LG는 지난 2019년부터 3년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하고 있는 팀이며 이 기간 평균 승률은 .557이다. 일반적으로 5할 이상 승률을 기록하면 가을야구로 직행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LG는 가을야구는 가시권이고 충분히 우승도 노려볼 전력이라 할 수 있다.

현재 LG의 가장 큰 강점은 투수력이다. 올해 기준으로도 켈리 - 수아레즈 - 임찬규 - 이민호의 로테이션을 돌렸는데, 이중 정찬헌을 서건창 트레이드를 통해 이적시키고도 선발로테이션은 충실하게 돌아갔다. 실제로 선발로 조금씩 테스트 한 것을 제외하면 LG는 kt를 제외하고 가장 로테이션이 잘 돌아가던 팀 중 하나였다(투수 war , 방어율 1위). 

 

또 다른 강점은 불펜. 정우영 - 고우석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는 물론이고 김대유, 이정용, 최성훈, 진해수 등 타팀으로 이적하면 필승조가 될만한 자원들까지 불펜에 즐비하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LG에서 불펜 이닝 1위가 69.2이닝인 이정용일정도로 혹사에 대한 우려 없이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

 

야수진의 면면 역시 준수한데, 올해 MVP급 활약을 한 홍창기를 제외하고도 김현수, 채은성이 버티는 중심타선, 오지환, 유강남 등 중요 수비포지션 역시 좋은 선수들이 자리잡고 있다. 강타선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좋은타선' 정도는 할 수 있는 타선이다.

 

이러한 LG의 전력은 수년간 리빌딩을 통해 키워온 자원들이 터지면서 전력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점이 크다. 현재 LG의 전력은 우승도 노려볼수 있는 전력임에는 확실하다.

 

- 그럼에도, LG가 우승을 못하는 이유

 

이런 전력을 갖추고도 우승은 커녕 우승의 관문인 한국시리즈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기 때문에 LG팬들의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LG가 우승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본다.

 

첫번째, 에이스의 부재이다.

 

LG의 전력은 평균적으로 상당히 좋다. 하지만 그얘기는 특출나게 뛰어난 부분이 적다는 이야기도 된다. 

7년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두산을 보면 더 확실해진다. 두산은 이 기간동안 투수 war 최상위 선수를 꾸준하게 배출했다(15 린드블럼 2위 - 16 니퍼트 2위 - 17 장원준 2위 - 18 린드블럼 1위 - 19 린드블럼 2위 - 20 알칸타라 1위 - 21 미란다 1위). 올해는 미란다가 부상 이탈했지만 위 에이스들은 두산 가을야구의 1등 공신들이었다.

 

타자도 마찬가지. 두산은 김현수(15시즌), *김재환(17,18시즌), 박건우(18시즌) 등 리그 최상급 타격을 자랑하는 타자들이 즐비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타자들의 가을야구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두산과 계속 한국시리즈를 상대한 팀들은 이런 선수들이 한명씩 꼭 있었다(15 나바로 - 16 테임즈 - 17 최형우 - 19 김하성 - 20 양의지 - 21 강백호).

 

LG의 경우 각 포지션에서 준수한 선수들은 많은 편이지만 이렇게 에이스급 선수가 있냐고 하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나마 올해 war 1위인 홍창기가 있었지만 아쉬움이 컸다.

 

두번째, 가을에 너무 약한 선수들이 많다.

 

올해 두산의 한국시리즈진출을 보면서 (해줘의 여파가 크지만) 정말 가을야구와 정규시즌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시즌 내내 부진했던 허경민, 정수빈, 박세혁의 맹활약을 보면 이런 점이 더 극명하게 느껴진다. 실제 가을야구에서는 소위말하는 '미쳐주는 선수'의 존재가 팀 가을성적을 좌우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LG에는 이런 선수가 없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주축선수들의 가을야구 부진이 너무 심각하다. 김현수는 말할 필요도 없이 가을야구 부진의 대명사고(준플레이오프 14타수 2안타), 올해 에이스였던 홍창기마저도 이런 모습을 보였다(14타수 2안타 1볼넷). 심지어 트레이드로 온 서건창까지도 이런모습을 보인다.

 

물론 이 문제는 감독의 능력 문제와도 연관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LG가 지난 3년간 포스트시즌을 치뤄온 감독들이 경험이 없는 감독만 있던건 아니다(19-20 류중일). 

 

사실 1번과 2번이 연결되는 부분인데, 에이스가 가을에만 못하는 경우는 많아도 가을에만 잘하는 선수는 정말 보기 힘들다. 게다가 월드시리즈와 다르게 KBO는 정규리그 우승팀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리그(정규시즌 우승팀의 한국시리즈 우승확률 80% 이상). 올해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무조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게 유리한데, 이에 필요한 선수가 부족한 부분이 핵심일 것이다.

 

- 차명석과 류지현 체제로 우승이 가능할까.

 

작년 LG가 준플레이오프에서 떨어진 후 차명석 단장은 류중일 감독 대신 류지현 감독을 앉혔다. 류지현 감독에 대해서 말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팀에 대한 구성은 단장의 문제라고 보고 있고 애초에 류지현을 앉힌 인물도 단장인 차명석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위주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차명석 단장

차명석 단장이 이번시즌에 진행했던 가장 큰 무브는 크게 네가지였다.

 

- 수아레즈 영입(윌슨 방출 war 1.15)

- 양석환 <-> 함덕주 트레이드(https://lifetravelers-guide.tistory.com/364)

- 정찬헌 <-> 서건창 트레이드(https://lifetravelers-guide.tistory.com/390)

- 라모스 방출, 보어 영입

 

수아레즈 영입은 부진했던 윌슨을 대체하는 트레이드, 보어 영입은 라모스의 부진을 대체하기 위한 교체였다. 함덕주와 서건창 트레이드는 유휴자원을 활용한 투수진 및 2루수 보강을 위한 트레이드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수아레즈 영입을 제외한 모든 무브가 실패했다. 

 

양석환은 두산 1루수 공백을 메우면서 오재일이 아쉽지 않은 활약을 했고, 정찬헌은 한현희, 안우진의 징계공백을 메우며 키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공을 세웠다. 반면 함덕주는 시즌내내 제대로 나온 경기가 드물었으며 서건창의 LG 성적(war 0.76 ops .655 wrc 82.1)은 그토록 욕을 먹었던 정주현(war 0.43 ops .664 wrc 79.7)과 성적이 비슷했다. 

 

물론, 이부분은 어느정도 결과론이다. 양석환은 시즌 전까지만 해도 라모스에 밀려 자리가 없었고 서건창은 LG에 오기전까지 2루 war 2~3위권이었다. 

 

이 무브들의 가장 큰 문제는 '선수 몸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부분. 이를 잘 보여주는것이 보어의 영입인데, 보어의 경우 올시즌 전에도 영입 대상일정도로 좋은 선수였지만(2019년 AAA ops 1.104), 일본에서는 ops .760으로 부진했었다. 그리고 올해도 AAA에서 .772를 기록할정도로 부진했음에도 데려와서 아예 쓸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는 다른 트레이드도 마찬가지. 함덕주는 국대급 투수지만 인저리프론이다. 물론 그래서 1루 백업인 양석환으로 영입이 가능했지만 그만큼 몸상태에 신경써야 했다. 하지만 올시즌 내내 쓰지도 못하면서 제대로 확인을 못했다는게 드러났다. 서건창의 경우 4월의 호성적 이후 트레이드 직전인 7월까지 부진했던 상황(4월 ops .883 -> 7월 .598). 결국 서건창도 LG에서 부진한건 우연이 아니었던 셈.

 

적극적인 무브는 좋다. 오히려 LG 같은 팀은 필요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무브의 결과가 좋지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심지어 이런 결과가 어느정도 예정되어있었다면 비난을 피할수 없다. 

류지현 감독

류지현 역시 비판을 피해갈순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승부수에 약하다는 부분. 특히 시즌 운영에서 공백이 있는 포지션(2루, 3루, 외야)의 유망주 사용을 극도록 피하면서 노장들만 기용했고, 결국 이런부분은 가을야구에서 승부수를 낼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오지환의 이탈로 구본혁이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게 좋은 예.

 

투수진은 워낙 풍족해서 이런 비판이 덜했지만, 이런 소극적 기용의 문제는 결국 포스트시즌에서 터졌다. 특히 마지막 경기에서 임찬규 - 수아레즈 이후 흔들리는 김윤식을 그대로 내버려 두면서 대량실점의 빌미를 만든 투수교체는 아쉬운 부분. 이는 1회만에 김민규를 내리고 바로 이영하를 올린 김태형 감독의 결단과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은 류지현 감독이 1년차라는 부분. 이게 무슨 다행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이런 초보자 감독이 첫시즌 우승을 한 사례는 거의 없다. 김태형, 류중일, 선동열이 데뷔 첫시즌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으나 이 세명은 야구에 잔뼈가 굵은 단장과 함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선동열 우승 당시 김응용도 사장 첫시즌이긴 했다). 즉, 감독이 처음인 류지현 체계의 첫시즌인 올해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과거 두산의 김태룡도 두산 팬들의 욕받이었다는걸 감안한다면 차명석 단장이나 류지현 감독이나 경험치가 쌓이고 더 잘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팬들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재계약을 강행한만큼 내년시즌 무브 하나하나에 욕을 쌓아갈 가능성은 매우 높다. 아마도 첫 시험대가 될 부분은 보어를 대신할 용병타자 계약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 어떤 영입을 하는지로 가늠이 가능할 것이다.

 

- 2022 시즌. LG의 우승은 가능할까.

 

아직 오프시즌이 시작도 안했지만 우승권에 도전하는건 올해보다 힘들수 있다. 작년 우승팀 NC의 이탈전력이 돌아오고, SSG도 주요 전력인 문승원, 박종훈이 돌아온다. 올해 정규시즌 우승팀인 kt의 전력도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올해 못지않은 힘든 경쟁이 예상된다.

 

다만, 여전히 LG의 평균전력은 상당히 강한 편이기 때문에 보강만 잘 이뤄진다면 충분히 우승 전력으로 올라설 가능성은 있다.

로베르토 라모스

내부 FA(서건창, 김현수)를 모두 잡는다는 가정하에 2020시즌 라모스급 용병영입은 필수적.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외부 FA영입도 분명 필요하다고 본다. *김재환이나 나성범 같은 장타자나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올해 최강 가성비 FA인 정훈이라도 잡아야 한다. 분명 타선이 약하지만 하위타선급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일 타자들은 많기 때문에 강타자 한둘만 영입해도 타선의 밸런스는 확 좋아질 수 있다.

 

MLB의 시카고 컵스와 같은 팀들보다 KBO 팀들이 유리한 점은 정규리그 1위만 한다면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이 그만큼 올라간다는데에 있다. 정규시즌만 우승한다면 한국시리즈 우승은 도전 가능하다. KBO에서 우승한지 가장 오래된 팀은 롯데(1992년)지만 전력은 LG가 더 우승에 가깝다. 과연 LG가 내년에는 다를까. 이건 오프시즌의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