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투자를 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서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공매도와 구멍뚫린 거래소

프로여행러 2018. 4. 8.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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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6일 오전. 삼성증권의 주가는 순식간에 급락했습니다.


갑작스러운 급락에 다들 당황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증권측에서 내놓은 해명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삼성증권이 직원들에게 1주당 1,000원을 배당해야 하는데 1,000주를 배당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몇몇 직원들이 이 주식을 매도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해명에 사람들은 대부분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삼성증권 1,000주면 38,000,000원입니다. 내 계좌에 천원이 들어와야 되는데 3천 8백만원이 들어왔다고 생각해 보면 이게 얼마나 어이가 없는 실수인지 쉽게 아시게 될겁니다.


게다가 배당금이란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한 주당 따지는 개념입니다. 즉, 100주, 1,000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내 계좌에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되는거죠. 이중에 몇명만 자신이 받은 주식을 바로 매도해도 엄청난 양이 됩니다. 실제로 삼성증권에서 밝힌 이날 매도된 물량은 501만주 가량입니다. 전일 거래량이 51만주였는데 그 시간대에만 10배 가까운 수량이 팔리게 된 것이죠.


문제를 파고 들어가면 심각함이 더 드러나게 됩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어마어마한 금액이 전산오류로 주주들에게 지급되었다'가 아니라 '증권사 차원에서 없는 주식을 공매도 했다'입니다.


이 문제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삼성증권 주식을 받은 주주들이 그 주식을 팔았다'라는데에 있습니다. 주식시장의 기본 원리는 상장되어 있는 주식의 거래가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삼성증권의 '없는 주식' 500만주가 거래가 된것입니다. 적은양도 아니고 삼성증권 주식의 5%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이 말이죠.


물론 이런게 가능하게 하는 제도는 있습니다. 바로 '공매도'라는 제도죠.


공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 주식을 파는 겁니다. 보통은 주가 하락을 예측 할 때 많이 쓰는 방식입니다. 예시를 들면, 삼성증권 주식이 40,000원에서 35,000원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럼 내 손에 삼성증권 주식이 없지만 40,000원에 삼성증권 주식을 팝니다(공매도). 그리고 나중에 삼성증권 주식이 35,000원이 되면 그 가격에 사서 갚는 방식이죠. 


이 내용만보면 완전 사기같지만 순기능도 있습니다. 주식의 유동성확대와 효율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무슨 말이냐 하면, 주식가격이 단기간에 급상승 하는 경우, 매도주문을 증가시켜 가격을 정상화 시키기에도 유리하고, 반대로 주가에 악영향을 끼치는 부정적인 정보가 있을 때에는 빠르게 조정을 할 수 있게 됩니다(그 주식을 가진사람들은 피눈물 흘리겠지만).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라고 하실수 있겠지만, 주식시장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거래량입니다. 실제로 현재 코넥스 시장의 경우에는 거래량이 너무 적기 때문에 주가에 대한 신뢰도가 굉장히 낮은 상황이기도 합니다. 심한경우는 하루에 아예 주식거래가 안되는 경우도 생기기도 합니다. 이 거래량에 대한 유동성을 잡아준다는 것 만으로 공매도의 효용성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공매도라는 제도가 있어서 이 거래가 용인되는게 아닙니다. 사실상 삼성증권의 사태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무차입 공매도'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무차입 공매도란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 기관투자자 및 대주거래 등으로 하는 공매도는 차입공매도입니다. 기관에서 그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방식이죠. 그런데 삼성증권사태는 당연히 빌린 주식도 아니고, 없는 주식을 거래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삼성증권의 경우 실물주식마련을 위해(무차입공매도는 불법이니) 주식을 빌렸는데, 삼성증권이 빌린 주식수는 무려 634만 6476주로 사상 최대규모 였습니다.


앞서 설명했던대로 가장 큰 문제는 이 주식들이 실제로 거래가 되었다는데에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은 공매도를 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이 기관들이 진짜 주식을 빌려서 거래를 하고 있는건지, 그냥 거래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져 버린 것이죠. 이렇게 되면 코인 거래소들이 존재하지 않는 코인을 거래소에서 거래한 것과 뭐가 다른지 의문이 드는 상황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삼성의 의도가 개입되어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는 있습니다만 이런 문제는 음모론에 가까우니 넘어가도록 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저 주식들이 거래되는동안 한국거래소는 넋놓고 있었다는데에 있습니다. 주식시장에 시총과 거래량이 맞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죠.


도대체 주식시장이 얼마나 허술하면 이런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주식투자자 입장에서 어처구니가 없을 뿐입니다. 지금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만약 음모론이 사실이라면 삼성은 거대한 재력으로 경쟁사나 M&A대상의 회사들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떨어트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되버리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번사건에 대해서는 사건만 있을 뿐 밝혀진건 없습니다. 하지만 주식시장 체계를 완벽하게 무너트릴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분명하며 이 사건의 처리에 따라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신뢰도가 좌우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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