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장. 스팀과 게임을 즐기는 자들을 위한 안내서

같은 날에 벌어진 장례식과 축제. NC소프트와 펄어비스가 보여준 한국 게임의 미래

프로여행러 2021. 8. 3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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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6일. NC소프트의 새로운 모바일 신작 블레이드 & 소울 2(이하 블소 2)를 공개하였다. 상당한 조작감과 난이도를 자랑하며 NC의 자랑스러운 IP중 하나였던 블소는 모바일에서 리니지가 되었고, 심지어 과금 모델 역시 NC소프트의 공언과 다르게 리니지와 트릭스터 등 여타 NC의 다른 게임과 동일했다. 이로 인해 블소2는 출시 첫날 매출 11위를 기록, 이는 리니지M이후 게임들(리니지2M, 트릭스터)이 기록했던 순위에 한참 못미치는 매출이다. 실제 갤럭시 게이머 기준 블소2의 접속자(2.4만명)은 트릭스터M(2.8만명)에 비해 낮으며, 트릭스터와 다르게 블소가 NC의 핵심 IP임을 고려한다면 엄청난 타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결과가 주식시장에도 반영되어 27일 21%, 28일 7%가 빠지며 시총 4조가 증발하기에 이른다.

https://youtu.be/FaRbQHlegaM

 

- 같은 날, 세계 3대 게임쇼인 게임스컴에서 펄어비스는 도깨비를 발표하였다. 불과 3~4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었지만 엄청난 그래픽과 높은 퀄리티의 게임 플레이로 인해 말 그대로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고 게이머들은 물론 게임제작자들도 기대되는 게임으로 손꼽았다. 당일 25% 상승, 금요일에도 10%대의 상승을 보여주며 펄어비스의 주가 상승을 견인하면서 NC소프트와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었다.

아마도 8월 26일을 한국 게임사의 분기점으로 기억하는 날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한국을 상징하는 두 게임사의 상반된 행보 때문이죠. 물론, NC소프트와 펄어비스는 체급부터가 다릅니다. 작년 기준 NC소프트의 매출액은 2조 4162억원, 펄어비스의 4,888억원으로 약 5배나 차이가 납니다. 주가의 흐름 자체가 달랐던 3일이 지났음에도 펄어비스의 시총(약 6조 5천억대)과 NC소프트(약14조)는 두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그럼에도 엔씨와 펄어비스를 바라보는 시각은 상반됩니다. 물론 엔씨는 현재 사실상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회사이고(리니지m, 리니지2m, 트릭스터m, 블소2m 등), 펄어비스의 경우 검은사막 모바일이 있긴 하지만 검은사막과 이브온라인(인수) 등 PC 플랫폼이 위주인 회사이기 때문에 콘솔류 게임 제작에는 당연히 펄어비스가 앞설 수 밖에 없습니다.

검은사막 모바일(2018년)

 

블소2(2021년)

 

다만 이러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두 회사의 결과물 차이는 너무 충격적입니다. 간단하게 말해 NC소프트는 1년에 2조 5천억 가량을 버는 회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수준의 게임을 내놓았습니다. 이 점 역시 펄어비스와 비교되는 부분인데, 앞서 얘기한것처럼 펄어비스 역시 검은사막 모바일이라는 모바일 플랫폼 게임이 있습니다. 이 게임과 출시년도 차이가 3년이나 남에도 그래픽이나 게임적인 부분도 밀리는 수준입니다.

사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엔씨소프트의 게임들은 그래픽이나 게임성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리니지에 한정된 이야기인데, 리니지m과 리니지 2m이 모두 게임성이나 여러가지 측면에서 혹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NC의 매출은 승승장구했습니다.

다만 NC는 이러한 욕심히 너무 과도했습니다. 이러한 BM(비즈니스 모델, 게임에서의 수익모델)을 전혀 어울리지 않은 다른게임(트릭스터, 블레이드 앤 소울)에 적용시켰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실패요인입니다. 물론 리니지 내부에서도 문장사태 등 고객들을 무시하는 행태로 인해 엄청난 비판을 받는 등 운영 자체의 문제도 있습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엔씨소프트의 2분기 실적은 급락하였습니다. 물론 감소폭으로 보면 넥슨쪽이 더 컸지만, 넥슨은 1, 2 분기 통틀어 신규 대작이 없었고, 넷마블 역시 6월에 나온 제2의 나라의 매출과 신작이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트릭스터 m이 나왔음에도 매출 타격을 입은 엔씨소프트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엔씨의 몰락이 리니지 스타일의 소위말하는 '리니지라이크 게임'의 몰락을 예고하는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렇지가 않습니다.

2021년 8월 기준 매출순위

 

여전히 리니지와 리니지2m이 상위권에 위치해 있으며, 혹평을 받은 블소2 역시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1위인 오딘(카카오게임즈), 5위인 제2의나라(넷마블), 그리고 6위인 기적의 검(중국)까지 기본 스타일은 과금 수준만 덜할 뿐 PK를 근간으로 한 무한 상대경쟁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유사 게임들입니다. 물론 여전히 NC는 위기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이런 스타일의 게임이 몰락하는건 그냥 기대치에 가깝습니다.

붉은 사막

 

이러한 상황속에서 펄어비스처럼 트리플 A급 게임(큰 자본이 소요되는 블록버스터급 게임)에 집중하는 회사가 나온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입니다. 펄어비스는 이번에 이슈가 된 도깨비 외에도 붉은사막을 제작중에 있고, 넥슨은 프로젝트 HP 등 이제 대형 게임사들도 모바일 플랫폼만이 아닌 다른 게임 제작에도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크래프톤의 2분기 실적

 

가장 큰 이유는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으로 하나의 게임만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음을 확인한게 컸습니다. 물론 외국의 대다수의 게임사들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만, 이걸 한국에서 성공하였다는 것이 배틀그라운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의미입니다. 그동안 NC와 같이 내수용 게임에만 몰두하던 게임사들도 이제 외부로 시선을 돌리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이버펑크의 버그

 

다만, 현재까지 성공한 게임은 배틀그라운드 하나뿐인것이 현실입니다. 도깨비와 붉은사막 등이 현재 높은 기대를 받고 있지만 아직 게임이 공개가 된건 아닌 상태입니다. 물론 이들 역시 인게임 영상을 올린 것이긴 합니다만 개발과정에서 트레일러(게임 발매전 영상)과 실제 출시되는 게임의 격차가 심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실제 해외에서도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이러한 트레일러와 게임에서의 차이, 그리고 영상에서도 드러난 프레임저하 등의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배틀그라운드의 성공 이후 제작되었던 트리플 A급 게임들이 빠르면 내년부터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점은 분명 긍정적입니다. 이제는 제발 유저들의 돈만 뽑아먹는 게임이 아닌 진짜 '게임'이 한국 시장을 점령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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