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장. 스포츠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서/1) 국내 축구를 바라보기 위한 안내서

10월 A매치 명단 발표. 그리고 벤투호의 3백

프로여행러 2019. 9. 30. 22:54
반응형

#10월 A매치 소집명단(25명) vs스리랑카 vs북한
GK 김승규(울산현대) 조현우(대구FC)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
DF 김영권(감바 오사카) 김민재(베이징 궈안) 박지수(광저우 에버그란데) 권경원(전북현대) 이재익(알라이얀) 홍철(수원삼성) 김진수 이용(이상 전북현대) 김문환(부산아이파크)
MF 정우영(알 사드) 백승호(다름슈타트) 황인범(밴쿠버 화이트캡스) 이강인(발렌시아CF) 권창훈(프라이부르크) 이재성(홀슈타인 킬) 남태희(알사드) 이동경(울산현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잘츠부르크) 나상호(FC도쿄)
FW 김신욱(상하이 선화) 황의조(지롱댕 보르도)

 

이번 10월 스리랑카와 북한과의 A매치를 위한 A매치 명단이 발표되었습니다. 선수구성에는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4-1-3-2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스리랑카전에서 3백에 대한 실험을 이어갈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벤투감독은 지금까지 3번(사우디, 호주, 조지아전) 3-5-2를 가동했는데 특히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플랜을 새로 짜기 시작한 6경기 중 2번이나 3-5-2를 가동할 정도로 벤투감독의 3백에 대한 관심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벤투감독은 장기적으로는 3-5-2를 국가대표팀의 플랜 A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4백을 기반으로한 4-1-3-2가 이미 플랜 A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3백을 예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는 부족한 3선자원입니다.

정우영(알 사드)

이번 국가대표팀만 보더라도 전문 3선자원은 정우영, 백승호만 있을 정도로 매우 적습니다. 심지어 그간 국가대표에 자주 이름을 올리던 주세종(서울)까지 빠졌고,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최영준(현 포항), 이수빈(포항), 박용우(울산), 한국영(강원) 등은 벤투감독 입장에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수비의 주축이 되어야 될 3선 미드필더의 수를 줄이는 4-1-3-2를 플랜 A로 사용할 수 밖에 없고, 2선자원 역시 수비가담이 좋은 황인범, 이재성, 나상호 같은 선수들이 주로 기용 되는 이유로 이어집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3선자원을 더 뽑는 것이겠지만 후술할 이유로 3선이 아닌 다른 자원쪽으로 엔트리 비중이 더 가게 됩니다.

 

두번째는 너무 많은 2선자원입니다.

문선민(전북 현대)

3선자원의 부재와 달리 2선자원은 국대에 차고 넘치는 상황입니다. 당장 이번대표팀에만 하더라도 손흥민, 황희찬, 황인범, 나상호, 이동경, 이재성, 권창훈, 남태희, 이강인 등 9명의 선수가 2선자원입니다. 이런상황이다보니 K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문선민(전북 현대), 김보경(울산 현대) 같은 선수들이나 높은 가능성을 가진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이승우(신트 트라위던) 같은 선수들도 뽑히지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물론 자원이 많다는건 좋지만 일반적으로 축구에서 2선자원을 많이 쓸수 있는 포메이션 자체가 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손흥민을 공격수로 쓰면서 2선자원을 다수(3명) 기용 가능한 4-1-3-2가 플랜 A가 됩니다. 

 

하지만 이 포메이션의 문제는 중앙의 장악력이 떨어지기 쉽다는데에 있습니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것처럼 이재성, 나상호 등 높은 활동량을 가진 선수들이 중용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또 중요한 역할은 하는 선수가 바로 황인범(벤쿠버 화이트캡스)입니다.

황인범(벤쿠버 화이트캡스)

최근 국대 경기력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선수지만 황인범의 경우 벤투호 전술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3선과 공격라인을 이어주면서 수비시에는 3선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고 공격시에는 2선에서 공을 전개해주는 이른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포지션 자체가 안그래도 체력소모가 큰데다가 선수의 기량에 비해 너무 과중한 임무를 맡기다보니 경기중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중원경쟁력의 부족은 빌드업을 중시하고 중앙지향적인 성향을 가진 벤투감독에게는 피하고 싶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 상황을 막고자 벤투감독은 3백을 사용하면서 중앙을 강화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조지아전에서는 황인범이 빠지고 백승호 - 이강인 - 권창훈으로 구성하기도 하는 등 여러가지 실험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지아 전에서 전반전에 엄청나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몇가지 이유를 들자면 사실상 수비 및 후방 빌드업의 중심이 되어야 했던 백승호가 압박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이란전에서는 4백에서 김영권 - 김민재의 수비라인의 보호를 받으며 빌드업을 했지만 3백이 취약한 측면까지 맡아야 했던 조지아전에서는 도와줄 선수가 별로 없었던 것이죠.

 

여기에 2선에서 이를 도와줘야 했던 이강인과 권창훈 모두 공격적인 성향이 더 강한 선수들이다보니 수비에 대한 가담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중앙과 측면이 수시로 뚫리는 상황을 보여준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 경기에서 정우영을 투입하고(백승호 교체) 윙백 백업이 부족했던 김영권을 투입(박지수 교체)하면서 경기를 안정화 시키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3선의 부족한 수가 조지아전에서 문제가 된 것입니다.

 

또 다른 요인은 이강인의 활용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강인(발렌시아 C.F.)

현재 이강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유망주입니다. 이미 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받았으며 라리가에서도 손꼽히는 명문인 발렌시아 C.F. 에서도 준주전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런 선수다보니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용은 향후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전력에 중요한 부분이 될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강인의 소속팀인 발렌시아는 최근 지난해 성공적인 성적을 거뒀던 마르셀리노 감독을 해임하고 셀라데스 감독을 선임하면서 그간 기회가 적었던 이강인을 기용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이강인은 주로 최전방이나 측면 미드필더로 기용되고 있는데 사실상 측면 플레이메이커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이강인이 공격전개를 하는동안 수비적 공간을 메워줘야 하는데, 앞서 설명한것처럼 국가대표팀의 3선자원이 빈약한 편이기 때문에 이 공간을 막아줄 선수가 부족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발렌시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문제기 때문에(공격후 역습에 취약한 문제) 이 부분에서는 국가대표팀에서도 고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결국 이 공간에 중앙자원을 늘리면서 활동량이 많은 선수들이 들어와야 되는데, '현재'는 이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황인범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것 처럼 4-1-3-2라는 전술의 특성상 2선자원이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이강인은 아직 수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팀 자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골을 넣었던 헤타페전에서도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수비력에서의 문제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강인이 좀 더 성장해서 완성형 선수가 된다면, 특히 소속팀 선배이자 월드클래스 선수인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와 같은 플레이메이커형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가 된다면 전술적인 유연성은 높아지겠지만 아직 이강인은 더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이강인의 기용은 필연적으로 전술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결국 장기적으로 이강인을 기용하려면 수비적인 선수와 공격과 수비를 오가는 박투박 미드필더가 필요한데, 아이러니하게도 국가대표팀에서 가장 욕을 많이 듣는 정우영과 황인범이 이상적인 콤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재익(현 알 라이얀)

이런 다양한 이유들 때문에 벤투감독은 3-5-2, 좀더 세부적으로 나누면 2선과 3선을 오갈수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3-3-2-2같은 포메이션을 구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이재익(알 라이얀)을 뽑은 이유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3백에 어울리는 센터백을 찾는것과도 관련 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김영권 - 김민재와 짝을지을 3백의 남은 한자리, 중앙 미드필더의 구성, 윙백의 구성, 공격진의 조합까지 수많은 자리에 대한 조합을 사실상 새로 짜야 한다는데에 있습니다. 이번에 이동경(울산 현대)이 다시 뽑힌 이유도 3백의 윙백으로 교체투입후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번 A매치에서는 4-1-3-2가 주력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스리랑카의 경우 국내 4부리그에 해당하는 K3 포천시민축구단에게 9대 0으로 질정도로 워낙 약체기 때문에 3-5-2를 실험해볼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습니다.

 

현재 최고의 에이스인 손흥민, 그리고 최고의 유망주인 이강인이 있지만 이 두선수를 최대로 활용하는 건 감독의 몫이며 이 둘과 조화롭게 축구를 만드는 일은 나머지 선수들과 함께 해야할 몫입니다.

 

과연 벤투감독이 이 두선수를 최대한 활용할수 있는 어떤 방법을 내놓을지, 그리고 이 해답이 3-5-2가 될지는 아직 시간이 걸리겠지만 성공적인 결과를 만드러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