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장. 스포츠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서/1) 국내 축구를 바라보기 위한 안내서

위기의 벤투호. 그리고 브라질전

프로여행러 2019. 11. 1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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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레바논전 무승부를 기록한 벤투호에 대한 진단과 오늘있을 브라질전에 대한 내용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4일 벤투호는 레바논과의 원정 경기에서 저조한 경기력을 보이며 0 대 0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북한전 무승부까지 포함해서 2승 2무로 조 선두를 지켰으나 레바논과 북한과의 승점차가 단 1점차인 아슬아슬항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하필 비판을 많이 받았던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 시절 전승으로 2차예선을 통과한 전적이 있어 비판의 강도 또한 강해지고 있습니다.

 

중계도 없이 깜깜이로 진행된 북한전은 그렇다치더라도 레바논과의 경기에서도 부진하면서 다시금 벤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벤투호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종합해 보면 쓰는 선수만 쓴다(황인범, 나상호, 정우영 등), 전술의 변화가 없다, 플랜 B가 없다,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등의 비판이 대다수입니다. 그리고 이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전술과 선발라인업의 고착화'입니다.

 

그렇다면 이를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현재 벤투호가 쓰고있는 전술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라인업은 지난 6월 A매치때 있었던 이란전 라인업입니다. 그리고 몇몇 선수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국대 베스트 일레븐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현재 큰 틀에서 이 라인업은 변함이 없습니다. 월드컵 2차예선 명단을 예시로 들도록 하겠습니다.

 

투르크메니스탄전: 손흥민 - 황의조 - 이재성 - 나상호 - 황인범 - 정우영 -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 이용 - 김승규

스리랑카전: 손흥민 - 김신욱 - 황희찬 - 이강인 - 백승호 - 남태희 - 홍철 - 권경원 -김민재 - 김문환 - 조현우

북한전: 손흥민 - 황의조 - 이재성 - 나상호 - 황인범 - 정우영 -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 김문환 - 김승규

레바논전: 손흥민 - 황의조 - 이재성 - 남태희 - 황인범 - 정우영 -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 이용 - 김승규

 

전력차가 크게 났던 스리랑카전을 제외하고는 거의 유사한 라인업을 들고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국가대표팀이 사용하는 4-1-3-2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집니다.

 

- 양측 윙백은 적극적인 공격가담

- 3선 미드필더는 중앙 수비 둘과 함께 수비가담, 후방 빌드업

- 황인범의 경우 수비시 수비가담 + 공격시 공격 가담 + 3선과 2선의 연결고리 및 빌드업

- 2선 양 윙은 공격 및 수비가담

- 공격과 수비 모두 숫자의 우세를 목표로 함. 공격시에는 최전방 투톱 + 2선 + 윙백이 가담하고 수비시에는 포백 + 3선과 황인범 + 2선 자원들의 수비가담으로 밀도를 높임

 

이 내용을 보면 대략적으로 왜 이런 선수들을 쓰는지가 보입니다. 

 

이용- 이재성 - 이용 - 나상호

나상호, 이재성의 경우 활동량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입니다. 벤투호의 전술에서 양쪽 윙은 공격과 수비를 오가면서 양측의 수를 유지시키는 것이 관건입니다. 활동량 못지않게 공격과 수비가담을 판단하는 상황판단 능력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경쟁인 남태희, 이청용은 이런 활동량이 떨어지고, 황희찬은 공수의 전환에서 문제를 보입니다. 물론 권창훈의 컨디션이 나쁘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 두선수가 유독 자주 쓰이는 공수 기여도가 높고 빠른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황인범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황인범의 포지션은 4-1-3-2에서 중앙 2선처럼 나오지만, 실제 플레이 스타일은 3선과 2선을 이어주고 전방까지 커버하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스타일입니다. 대중들이 이강인, 남태희를 대체자로 뽑지만 애초에 스타일 자체부터 맞지 않습니다. 이강인은 공격쪽에서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황인범이 맡은것과 같은 복잡할 롤을 맡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벤투호에서 가장 중요한 포메이션은 다름아닌 2선입니다. 이 선수들은 최전방부터 최후방까지 오가면서 공격가담 및 수비가담을 반복해야합니다. 당연히 체력적인 부분이 중요함과 동시에 공수에 대한 조율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빌드업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벤투호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중 하나가 바로 빌드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빌드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벤투호에서 중요한 것이 안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할 것은 바로 국가대표팀 주장이자 빌드업의 핵심인 기성용이 은퇴하고 나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성용은 발이 느리고 수비가담이 적은 선수이기 때문에 늘 수비형 미드필더(한국영, 정우영 등)가 붙어줘야 하는 선수였지만 국내 축구에서 빌드업이 가능하게끔 하는 경기운영능력과 패스능력을 보유한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기성용이 나가고 나서 이 빌드업 문제는 심각해졌습니다. 뒤에서 언급할 황인범의 컨디션이 나을때는 그럭저럭 버텼지만 이게 무너지고 나서는(6월 A매치 전후) 빌드업 마저도 무너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가대표팀 비판의 중심에 있는 선수는 황인범입니다.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국가대표팀 주전 미드필더로 자리잡았으나 심각한 패스미스와 낮은 슈팅성공률을 보여주면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최근 황인범의 컨디션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를 대체할 선수가 아예 없다시피 하다는 것입니다. 

호주전 황인범

황인범과 기성용은 플레이스타일 자체가 다릅니다. 기성용은 3선 후방에서 길게 패스를 하는 타입이라면 황인범은 많이 움직이면서 짧게 주는 패스를 선호합니다. 물론 두 선수의 클래스 차이는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러한 플레이스타일 차이로 빌드업 양상이 바뀝니다. 

 

우선 황인범은 패스를 위해 어느정도 공을 끌고가야 됩니다. 그리고 패스의 길이가 길지 않기 때문에 공격에 개입할 선수들이 내려와서 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3선인 정우영마저도 이런 패스가 안되기 때문에 국가대표팀의 공격진은 계속해서 내려오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손흥민이 후방에 계속 내려오는 이유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이유중 하나는 수비진에서 빌드업이 안된다는 점도 있습니다. 그나마 문제는 많았지만 장현수의 경우 이 능력으로 국가대표팀의 중용을 받았지만, 본인의 죄로 인해 국가대표에서 퇴출된 이후 이걸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없습니다. 물론 김영권 - 김민재 라인은 탄탄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약합니다.

나상호 골

이러한 약점들이 문제가 되는 것이 공격력의 문제입니다. 당장 이번 2차예선에서 최약체인 스리랑카를 제외하고 국가대표팀이 득점한건 2점(투르크메니스탄전), 그것도 1골은 정우영의 프리킥 골이었습니다. 그나마 황의조가 공격에서 좋은역할을 하고 있어 손흥민이 미끼역할을 해도 괜찮았지만, 황의조마저도 마지막 A매치골이 9월 조지아전일정도로 현 국가대표팀의 공격력은 손흥민, 황희찬, 황의조라는 역대급 공격진을 두고도 저조한 편입니다.

 

월드컵 2차예선에선 한국은 강팀이고, 다른팀들은 후방에 내려앉아서 경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애초에 숫자와 활동량으로 승부하는 벤투호는 이런팀과의 경기에서 뚫어내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 두경기인 북한전과 레바논전은 사상초유의 두경기 연속 무관중 경기라는 악재와 컨디션을 제대로 맞출수 없는 환경이었다는 악재가 있긴 했습니다만 이 문제들은 그 전부터 보여지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를 당장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벤투감독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5-2를 꾸준하게 실험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당장 월드컵 예선을 치루는 마당이라 이미 자리를 잡은 4-1-3-2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우리나라국가대표팀은 브라질과 평가전을 치루게 되었습니다.

 

네이마르라는 최고 스타가 빠졌지만 브라질은 이미 아르헨티나전(1대 0 패)을 치루기 위해 명단을 짰기 때문에 사실상 베스트멤버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전력입니다. 게다가 브라질 역시 5경기 연속 승리를 못하고 있기 때문에(4무 1패) 올해 마지막 A매치에 대한 자세 역시 남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공개된 베스트 11만 보더라도 상당히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브라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번경기는 벤투호가 현재의 우려섞인 시선을 불식시킬 좋은 기회로 보입니다. 전술의 특성상 강팀과의 대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실제 4-1-3-2를 첫 가동한 콜롬비아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죠. 

 

어찌됬든 우리가 월드컵에서 상대해야되는 팀들은 브라질과 같은 강팀들이고, 아무리 2차예선팀들 상대로 부진하다 한들 강팀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보인다면 벤투감독의 플랜의 당위성을 제공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공격적인 역할을 덜게될 황인범이 어떤모습을 보일지 기대가 됩니다. 지난번 경기에서도 45분만에 교체될만큼 벤투감독 역시 황인범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피파랭킹 3위, 브라질을 이기는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만 어떻게 보면 압도적인 강팀을 상대로 월드컵과 유사한 환경(아부다비)을 체험할 귀중한 기회로 보입니다. 질 확률이 더 높은 경기지만 이 경기로 국가대표팀의 현재 문제가 더 드러날지, 아니면 생각지도 못한 좋은점이 나타날지 지켜볼 경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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