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장. 걸그룹을 사랑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서

트와이스의 승무원 컨셉. 도대체 왜 불편한가.

프로여행러 2018. 10. 1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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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트와이스가 일본 시즌 그리팅을 발표했습니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설명하자면 시즌 그리팅이란 일종의 굿즈 모음집으로 주로 달력, 다이어리, 포토카드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보시는바와 같이 이번 트와이스의 시즌 그리팅 컨셉은 '승무원'입니다. 


심지어 이런 기사도 나왔습니다.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047&aid=0002206175


백번 양보해서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의견은 그냥 무시 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려 '기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글을 쓰는건 용납이 안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이 기사에 대한 내용을 하나하나 반박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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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각양각색의 제복들이 줄지어 등장했는데,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콘셉트가 유독 여성 아이돌에게만 집중됐다는 점이다. 물론 그동안 제복 콘셉트를 선택한 남성 아이돌 그룹도 있었지만 여성 아이돌 그룹의 그것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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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 컨셉이 여성아이돌들에게만 집중되었다라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남녀 불문하고 제복에 대한 판타지는 늘 있어왔습니다. 위의 어처구니 없는 주장은 남돌 제복 사진으로 반박하겠습니다.


그냥 남자아이돌 이름 + 제복으로 구글링만 하더라도 남자아이돌의 컨셉에서 제복은 빼놓을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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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성 그룹들의 제복은 간호사나 승무원 등 주로 여성이 많이 종사하는 직종이었으며, 해당 직업인이 실제로 입는 의상보다 몸매를 더 강조하거나 노출이 심하게 '리폼'한 의상이었다. 그 중에서도 승무원 제복은 단연 인기(?)였다. 그룹 AOA의 '단발머리'와 마마무의 '음오아예' 뮤직비디오 등에도 몸매가 드러나게 딱 붙는 제복을 입은 여성 승무원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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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폼에 대한 이야기는 위에 내용으로 반박이 가능하니 넘어가겠습니다. 가끔가다 남돌 제복은 노출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 짤로 반박을 대신합니다. 그들 주장에 따르면 이 짤 역시 '소방관 제복에 대한 성적 대상화'니까요.


그리고 간호사 제복을 어떤 아이돌이 컨셉으로 나왔는지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고 '간호사를 연상하게 하는 제복으로 활동한 아이돌'을 보신분이 있으시면 댓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몸매를 더 강조하거나 노출이 심한 의상이라는 것은 남돌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여자 아이돌들에 비해서 노출이 자유로운 관계로 몸매를 드러내게 '리폼'수준이 아니라 그냥 노출을 시켜버리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처럼 남돌의 경우 여돌보다 더 심한 노출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놀랍게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성상품화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습니다. 이런 내로남불식 주장을 펼치니 '재범오빠 찌찌파티'라는 비아냥을 들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여돌의 노출을 이야기할 것이면 남돌의 과도한 노출 역시 논제가 되어야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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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아이돌이 여성 승무원의 옷을 입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몸에 딱 붙는 상의와 치마는 '예쁘게' 보이기 위한 선택이다. 안전보다 미관에 더 신경을 쓴 옷은 항공사가, 우리 사회가 여성 승무원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설명한다. 


아이돌 그룹의 승무원 콘셉트 역시 제복에 성적인 이미지를 부여한다. 이는 여성 승무원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동시에, 그 이미지를 투영한 여성 아이돌을 성적으로 상품화 할 위험이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결국 아이돌도, 승무원도 한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보기 좋은 상품으로만 소비될 뿐이다.


한 항공사 회장의 귀국 환영식에서 여성 승무원들이 '꽃 전달'에 동원되고,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여성 아이돌이 '애교'를 강요받는 상황 역시 그 연장선상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승무원도, 아이돌도 누군가를 위한 '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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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본문에 '성적 이미지 투영'이라는 식으로 써서 굉장히 나쁜것처럼 써놨는데, 애초에 아이돌은 자신들의 이미지를 파는 직업입니다. 그리고 대중의 눈을 조금이라도 더 끌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아이돌입니다. 보기 좋은 상품으로 소비된다고 하지만 아이돌로써는 대중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꾸미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오히려 이런 기사가 아이돌들의 노력을 모욕하는 발언입니다.


아이돌은 팬들과 대중을 위한 꽃입니다. 이 내용은 왜 아이돌들이 예쁘고 멋있게 단장하고 나오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발언입니다. 대중들이 원하고, 아이돌들이 원하기 때문에 아이돌들은 혹독한 다이어트와 연습을 통해서 대중들이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갑니다.


이 기자는 승무원이라는 컨셉에 굉장히 집착하는데, 이 역시도 웃기는 이야기입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트와이스의 저 컨셉사진을 보고 트와이스를 승무원과 동일시 할 사람은 없습니다. 심지어 기자 본인도 '실제의상보다 리폼해서'라고 밝힌것과 같이 실제 복장을 입는것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돌의 승무원 복장 착용이 승무원의 성적 대상화에 영향을 미치느냐 하면 이 역시 아닙니다. 오히려 승무원 복장이 불편하고 미관에 신경쓰는 항공사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죠. 기자가 승무원 복장의 성적 대상화를 주장할거였으면 애꿎은 트와이스를 물고 늘어질게 아니라 항공사들의 미관에만 신경쓰는 승무원 복장을 비판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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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아이돌의 제복 콘셉트는 분명 몇 년 전만 해도 매력적으로 통했고 물론 지금도 상당 부분 유효하다. 그러나 변화하고 있는 지점들도 있다. 10년 전 소녀시대의 콘셉트가 과연 지금에도 아무 불편함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 트와이스가 지난 10일 승무원 콘셉트의 티저 사진을 공개한 이후, 여러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10년 전에는 당연하게도 이런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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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에는 저런 컨셉을 당연시 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소녀시대 기사의 댓글을 가져와 봤습니다.

https://entertain.naver.com/comment/list?oid=018&aid=0002120558


당시에도 저런소리를 하는 '일부 소수'는 존재했습니다. 그나마 지금에 비해서 다행인 것은 저런 소리가 언론이 아닌 개개인의 목소리였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인터넷의견으로도 말도안되는 소리로 치부받는 내용이 기사화 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스럽습니다.


이 기자가 착각하고 있는 것은, 더 정확히는 호도하고 있는 것은 자신들의 주장이 마치 다수의 주장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트와이스가 11월 컴백할 예정이지만 트와이스의 이 승무원 복장 때문에 트와이스의 인기가 떨어질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트와이스의 팬덤인 원스 중에서 여자들은 소수이고, 그 여성팬들도 저 의견에 동의할거라고 믿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기자의 자가당착의 끝은 교복모델 이야기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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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여성 아이돌이 교복 바지를 입고 광고하는 시대의 한 편에는 여전히 승무원 제복으로 소비되는 또 다른 여성 아이돌이 있다. 이 아이러니한 공존의 가운데 누군가는 계속 굿즈를 구매할 것이고, '제복 판타지'는 이름과 대상만 바뀐 채 계속될 것이다. 10년 전 소녀시대가 그랬고, 지금의 트와이스가 그러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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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자는 마치 교복은 성적 판타지 대상이 아니고, 이 성적 판타지 대상을 벗어나기위해서 마치 교복바지를 입은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애초에 교복 모델은 아이돌 인기의 상징일 정도로 기자가 주장하고 싶어하는 '성적 대상화의 주범'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기자는 아이즈원이 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이것이 변화의 상징인것 마냥 호도합니다.



참으로 우스운 것이, 아이즈원이 뽑힌 '프로듀스 48'은 어떤 프로그램보다 성적 대상화가 심각한 프로그램입니다. 남녀 연습생들을 데려다놓고 대중들의 취향에 맞춰 아이돌을 선발한다는 방식도 있거니와 무엇보다 대다수 남녀가 성적 판타지를 가지는 '교복'이 유니폼인 프로그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즈원이 단순하게 바지를 입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기자는 이를 옹호하는 셈이니 자가당착의 절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트와이스의 팬은 아니지만 아이돌을 좋아하는 한명의 팬으로써 이런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 기사화되는 것이 참으로 황당합니다. 


http://lifetravelers-guide.tistory.com/137?category=651230


페미니즘에 대해서 상당히 긴 글도 쓴적이 있었지만, 현재의 페미니즘의 가장 큰 문제는 PC 문제와 결부되어 모든 문제를 남성과 남녀문제로 끌고온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런 PC와 페미니즘들 때문에 레이싱걸들은 자신의 일자리를 잃었고, 그리드걸들 역시 자신의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정말로 페미니즘을, 그리고 평등을 원한다면 여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여자들을 적으로 돌리는 이런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 정말 평등을 위해서 해야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이 더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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