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장. 사회를 알아가기 위한 안내서

배달의 민족의 경쟁자는 지자체? 공공배달앱들이 실패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

프로여행러 2020. 4. 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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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근에 배달의 민족의 수수료 인상과 관련해서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 지역 자체 앱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른바 공공배달앱인데, 오늘은 이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의 합병. 배달업계의 공룡 탄생과 수수료 인상

시작은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의 합병부터 시작됩니다. 작년 12월 배민과 요기요는 요기요의 모회사인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즈가 인수하는 형식으로 합병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따로 쓴 글이 있으니 참고하시면 될거 같습니다.

 

https://lifetravelers-guide.tistory.com/230

 

문제는 이들 두 기업이 시장의 99%를 잠식하고 있는 과점상태였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합병 전에는 피터지는 경쟁을 했지만 합병을 하면서 경쟁이 없어진 것은 물론 수수료의 인상이 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 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배달의 민족에서 지난 4월 1일 수수료 중심의 요금체계로의 개편을 선언하게 됩니다. 배달의 민족의 새로운 요금체계 오픈 서비스는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한해 5.8%의 수수료를 받는 체계입니다. 기존 서비스 '오픈 리스트'의 수수료(6.8%)보다 1% 낮다고 밝혔습니다.

배달의 민족에서는 울트라콜 서비스가 일부 자금력 있는 업주들이 고가의 광고 상품인 '울트라콜'을 적극 이용해 주문을 독차지한다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오픈 서비스'를 통해 수수료 영역을 확대 노출하고 울트라콜을 3개 이내로 제한하여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셈입니다.

문제는 이 대책이 사실상의 수수료 인상 정책이나 다름없다는 점입니다. 특히 최근에 코로나로 인해 폭증한 배달주문량을 생각한다면 자영업자들에게 엄청난 타격이 될께 뻔하죠.

청와대 청원에 이어 각계각층의 비판이 확산되자 결국 배달의 민족은 사과문과 함께 오픈서비스 방안의 철회를 선언했습니다.

- 배달앱 2차전. 군산 배달의 명수로 본 공공배달앱의 성공가능성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사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공공 배달앱 개발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것입니다.

실제 이재명지사가 협업하겠다고 이야기 한 군산시의 배달앱 '배달의 명수'는 이미 군산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미 4월초 기준 1만 8천명이 가입할 정도로(군산시 인구 27만 8500명)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서울 광진구에서 '광진나루미'라는 자체 배달앱 제작을 선언하는 등 지자체 전반에서 배달앱 개발이야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선 사용되고 있는 군산 배달의 명수를 통해서 대충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군산시가 배달의 명수 서비스를 시작한건 지난 3월 13일입니다. 이제 시작한지 한달도 채 안된 상황입니다. 제작에 들어간 비용을 살펴보면 앱 제작에 1억 3460만원, 앱 유지비로 1억 8천만원 ,앱 홍보에 4404만원, 기타 비용을 합쳐서 총 3억 7054만원이 들어갔습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748699

배달의 명수는 자영업자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습니다. 대신 배달료는 받고 있으며 가입비 역시 들어가지 않습니다. 사실상 수익이 제로인 공공사업인 셈입니다. 물론 어플에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긴 하지만 이 수익은 미미할 것으로 보입니다.

군산시가 올해 운영 및 홍보비로 책정한 금액은 2억 2천만원입니다. 시 예산이 대략 1조 3천억원(1차 추경 기준)인 군산시의 입장에서 큰 비용이 아닐수 있습니다. 문제는 실질적인 운영입니다.

현재 배달의 명수는 아람솔루션이라는 지역업체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픈한지 한달도 안된 지금 시점에서 벌써 서비스 장애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2만명도 채 안되는 가입자에도 쩔쩔매는 판국에 여기에 6배 가량인 군산시 인구의 배달 서비스가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부분입니다. 당연히 전국구 서비스를 하는 배달앱들은 이런 서버확충과 운영, 플랫폼 유지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실제 배달의 민족의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의 경우 지난해 기준 영업비용이 5696억원이 들었으며, 이는 영업수익(5611억원)이상의 비용입니다. 첫 외부감사 대상이 되었던 2014년을 기준으로 봐도 440억이라는 거금이 들었습니다. 이때 기준으로 누적다운로드가 1500만 정도 할때이고 월간거래액은 600억을 할때인데도 수백억이 들었던 것이죠. 1500만이면 경기도 인구수(1353만)에 준하는 숫자이니 경기도에서 만약 운영한다고 하면 수백억의 운영비가 들어간다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아무리 배달의 민족이 비난받는다지만 배민과의 경쟁도 고려해야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짜피 어느플랫폼으로 주문하든 똑같은 가격에 똑같은 제품을 받게 됩니다. 배민을 쓰던 안쓰던 배민의 수수료가 포함된 가격의 음식가격을 지불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른 플랫폼을 쓰면서까지 배민을 사용하지 않는 불편함을 겪을 이유가 없습니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아직 규모가 작은 플랫폼에 배민을 포기하는 모험을 걸 이유도 없구요. 군산의 경우 지역상품권이 사용 가능하고 할인혜택이 있다지만, 어떤 지역이든 지역상품권은 주가 아닙니다. 이게 제가 공공 배달앱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가장 중대한 이유입니다.

사실 배달앱의 수수료 문제가 처음 있었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던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현회에서 만들었던 배달어플 '프랜고'입니다.

프랜고는 2016년에 만들어졌고, 프랜차이즈협회에서 회원사 권익 보호차원에서 개발한 앱입니다. 앱 운영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수료인 3~4%만 받고 운영했습니다. 아예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공공배달앱보다는 수익성 측면에서는 나았던 셈입니다. 그리고 프랜고는 시범운영기간인 3개월을 포함해서 6개월 만에 사장되었습니다.

우선 배민과 요기요에 밀렸던 측면과 홍보부족의 이유가 가장 큽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참여율이 적었습니다. 위에서 설명했다시피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배달앱을 포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결국 공공배달앱도 일반 배달앱들과 동일선상에서 경쟁 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인지도와 편의성, 경쟁력 등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세금을 쏟아 부어 만드는 공공배달앱들이 단순하게 배달앱에 전념하는 전문업체를 이길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공공배달앱이 나와도 실패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습니다.

일각에서는 공공자금이 들어가는 것이니 유리하지 않겠냐라고 반문하지만 그런식이라면 정부,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사업의 수많은 실폐사례들이 충분한 반례가 됩니다. 당장 정부에서 야심차게 운영하고 있는 제로페이조차도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에 확고하게 밀리는 상황에서 공공 배달앱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 독점시장의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해법은 소상공인들이 쥐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공공배달앱은 실패로 끝날거라 생각합니다. 애초에 시장경쟁에서 공공 운영 사례가 성공한 건 극히 드물고, 무엇보다 비용적인 측면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기 때문이죠.

결국 배달앱은 배달앱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닌, 소상공인들의 변화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의 인식변화는 그리 쉽게 이루어지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달앱을 법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은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를 계속 쓸 수 밖에 없습니다.

시장에 처음 배달앱이 등장 했을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전화로 주문하는게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배달앱들의 꾸준한 홍보와 편의성을 통해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배달시장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비자로 하여금 귀찮음을 뚫은 혜택을 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배달앱 몇번 클릭하면 될 것을 메뉴를 찾아보고, 전화를 하고, 결재를 하는 '불편함'을 선택한 고객들이 아무런 이점이 없으니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배달앱을 쓰게 되는 것이죠.

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만 저 역시 배달앱의 문제 때문에 메뉴선택은 배달앱을 통해서 해도 왠만하면 전화주문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수고로움을 거쳐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배달앱을 계속 쓰게 되었습니다.

하다못해 전화주문시 음료를 추가 증정해준다는 소소한 서비스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왜 그래야 하냐고 반문 할 수 있겠지만, 만약 장기적으로 배달앱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무슨 방법으로든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죠. 특히나 이번처럼 배민이 건당 수수료로 지급한다면 더더욱 필요한 조치구요.

하지만 배달시장에서 많게는 60%까지 차지한다는 배달앱 주문을 포기할만한 업주들은 왠만큼 인지도가 쌓이고 자신이 있지 않으면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물론 소비자들이 이번 사태로 배달앱 불매를 선언할 수 있겠으나, 최근까지 배달앱이 성장한 역사를 볼 때 이런일은 일어나지 않을거라 봅니다.

설령 공정위에서 배민과 요기요의 합병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둘의 경쟁관계는 사실상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두 회사의 합의가 끝났기 때문이죠. 이번에는 배민의 사과로 넘어가는 모습이지만 다시 잠잠해지면 수수료 인상카드를 들고 돌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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