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하 미통당)은 국내 최대, 최고의 정당이다.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라 전신인 민주자유당(3당 합병 이후)에서부터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까지 총 4명의 대통령을 탄생시켰고 19대 총선에서는 제 1당의 위치에 있었으며 지금도 원내 2당의 위치가 공고하다. 심지어 박근혜의 탄핵 이후에도 원내 2당의 위치를 지켜내며 통칭 '보수의 수호자'로써의 인지도를 공고히 해나갔다. 여러가지 이유로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분명히 미래통합당은 국내 최고의 정치세력 중 하나이다.
지난 20대 총선까지만 하더라도 예상치에서 크게 빗나갔을 뿐 민주당과 큰 격차없는 제 2정당이었던데다가 박근혜 탄핵사태로 위기를 겪은 후에 있던 대선에서도 홍준표 후보가 득표 2위를 기록하는 등 제 1야당의 위치는 공고했다.
이런 미래통합당이기에 '망했다'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번 총선에서 망했다고 해도 원내 2당의 위치는 공고하며, 심지어 3, 4당인 정의당이나 국민의당에 비해서도 비교도 안될정도로 의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미통당의 위기는 다르다. 이번 패배가 역대급 차이가 나는 패배(180석 vs 103석)이라는 점을 둘째치더라도 박근혜 탄핵이라는 외부적인 요인도 어느정도 잊혀진 상황에서 순전히 '자력으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주당 역시 문재인 정부 들어서 여론이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는 점을 본다면 미통당의 패배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민주당을 싫어하는 감정 그 이상으로 미통당 지지가 없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 물론 코로나 19에 대응이 국제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받은 것도 있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비례대표 지지율 1위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미통당의 문제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현재 미통당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계파간의 갈등이다. 이미 이런 갈등은 탄핵정국 직전인 20대 국회의원 선거때부터 이러한 움직임은 조금씩 나타났다. 20대 총선 직전부터 친박에서 비박으로 전환한 김무성과 친박계의 갈등은 결국 옥새런이라 불리우는 직인 날인 거부사태로 이어졌고, 미통당(당시 새누리당) 내부에서의 친박과 비박갈등은 결국 20대 총선의 참패로 이어졌다. 당시 언론에서는 미래통합당의 승리를 확실시 여겼으며 선거 결과 전 목표는 최소 151석, 혹은 과반 이상이었지만 이러한 갈등으로 지친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을 버렸고, 결국 민주당에게 원내 1당을 내주는 참패를 맛보았다.
이러한 문제는 21대 총선에서도 해결되지 않았다. 심지어 누구 하나 확실하게 힘싸움에 이긴것도 아니라서 어느 누구도 주류가 되지 못했다. 비박계인 홍준표가 컷오프 되고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나오는가 하면 반대로 친박계인 황교안이 당내 요구에 못이겨 가장 접전지인 종로에서 가장 강력한 상대인 이낙연과 맞붙는 등 이 둘의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그리고 역대 총선이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내부분열은 총선에서의 패배를 가져왔다. 그나마도 주류가 친박이었기 때문에 결과는 더 참혹했다.
사실 외부자적인 시선, 즉 중도층 입장에서는 박근혜는 이미 대통령도 아닌 범죄자이며 친박세력은 소위 '태극기 부대'로 지칭되는 수구꼴통의 이미지로 대다수 국민들이 비호감을 보이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이러한 고민이 단순한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미래통합당 지역구 당선자 계파분류(미통당계 무소속 포함)
친박36석(친박+친황)
경북(김석기, 김정재, 이만희, 구자근, 김영식, 박형수, 윤두현) 대구(곽상도, 김승수, 윤재옥, 김용판, 추경호) 경남(박완수, 박대출, 윤영석, 최형두, 정점식) 부산(서병수, 이헌승, 김희곤, 김도읍, 조경태) 울산(이채익, 서범수) 강원(한기호, 이양수, 유상범) 충북(박덕흠), 충남(김태흠, 성일종) 경기(김성원, 김선교) 서울(박진, 권영세, 유경준) 인천(윤상현)
비박41석(친이계+친홍+친유+친김형오)
경북(김병욱, 송언석, 김희국, 김형동, 임이자, 정희용) 대구(류성걸, 강대식, 김상훈, 주호영, 홍준표) 경남(윤한홍, 강기윤, 이달곤, 하영제, 조해진, 서일준) 부산(황보승희, 안병길, 하태경, 장제원, 이주환, 전봉민, 정동만) 울산(김기현, 권명호) 강원(이철규, 권성동) 충북(엄태영) 충남(정진석, 이명수, 홍문표) 경기(김은혜, 유의동, 송석준) 서울(태구민, 윤희숙, 김웅, 배현진, 박성중) 인천(배준영)
미분류11석(주로 광역의원급 출신 지역 정치인들)
양금희, 홍석준, 강민국, 김태호, 박수영, 김미애, 백종헌, 박성민, 이종배, 정찬민, 최춘식
이번 총선에서 친박계인 황교안 대표가 주도했기 때문에 공천자들도 친박계열이 많은 편이다. 위의 분류로 보면 비박이 더 많은것 같지만 비박으로 묶어 분류한 것일뿐 사실상 친이계와 친홍, 친유는 서로 다른 계파로 본다면 여전히 미통당내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가진 계파는 친박이다. 이는 비례대표까지 포함한다면 더 늘어날 것이고, 사실상 절반정도가 친박계 인사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상황에서 미통당이 친박계를 버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물론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극우 친박정당들인 친박 신당, 우리공화당 등은 TK에서도 패배했지만, 사실상 이들 지지층은 미통당이 흡수한 상황이다. 이번 총선에서 세가 약해졌다고는 해도 친박세력은 미통당의 중심 세력이다.
문제는 친박중심의 전략은 이미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 만약 미통당의 목표가 원내대표 교섭권 달성같은 작은 목표를 가진 정당이라면 친박위주의 전략이 가능하다. 미통당의 텃밭인 TK지역의 의석수만 25석(대구 12+ 경북 13)이고 부울경까지 포함하면 50석에 해당하기 때문.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볼 수 있듯 미통당의 목표인 원내 1당을 생각한다면 이 전략은 버려야 하는 전략이다. 당장 이번 총선에서 미통당은 영남과 TK지역을 제외하고는 28석만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수도권에서는 더이상 이런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번 총선에서 미통당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은 선거전략의 실패이다. 당장 비례대표 지지율만 보더라도 33.8%로 더불어 시민당의 33.3%에 비해서 근소하게 높았다. 정당 지지율로 따지면 비슷했다는 것인데, 지역구에서 완전히 밀린건 명성보다 악명이 더 높은 정치인들을 이런 부분에 민감한 수도권에서 경쟁시키고, 부울경이라도 경쟁시키는 민주당과 다르게 사실상 호남권을 그냥 버린데다가 민주당 후보들과의 매치업에서도 잘못된 선택을 하면서 지역구에서 격차가 커지게 되었다.
여기에, 반문재인 외에는 특별할게 없는 선거전략과 각 후보들의 막말 파문, 박근혜의 옥중편지까지 공개되고 이를 끊어내지 못하면서 중도층의 대거 이탈을 불러왔다.
문제는 당내 핵심이 없다보니 이런 문제에 대한 대응 역시 제각각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대표적 사건중 하나였던 차명진의 막말 사건에 대해서도 13일 최종 제명할때까지도 제명을 놓고 팽배하게 의견이 갈렸고 탈당권유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심지어 14일 법원에서 차명진의 제명취소 가처분을 받아들이면서 당의 결정은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고, 결국 차명진이 나온 부천 병 선거구를 그대로 날리고 선거 전체를 꼬이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이번 총선에서 친박으로 대표되는 황교안이 낙선하고 대표직을 사퇴함으로 인해 비박으로 대표되는 홍준표가 복귀해서 당권을 잡을 가능성은 높지만, 문제는 이렇게해도 당 내부에 있는 친박계들까지 없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박계가 중심이 되더라도 미통당은 진통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미통당 내부에서는 잡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미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정당이었던 미래한국당에서 미래통합당과 합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사를 비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는 상황. 실제 친황파가 많은 미래한국당의 경우 19명의 비례대표를 배출했기 때문에 1석만 더해지면 원내 교섭단체를 만들수도 있는 상황. 만약 실제로 이 상황이 벌어진다면 미통당의 규모는 100석 미만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차악으로 보더라도 미한당이 대선까지 합류하지 않는 최악의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미통당의 절반이 친박신당을 만드는 것처럼 되어버리며 아무리 두 정당의 뿌리가 같다고 하더라도 바로 합치는 것이 아니라면 사실상 분당이 된 정당이 다시 합치기란 쉽지않다. 심지어 계파간의 갈등이 극심한 지금상황에서는 그냥 분당처럼 되버리게 된다. 미래한국당에 친박계 성향의 의원들이 대거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 문제를 사전에 봉합하지 않으면 미통당은 군소정당이 될 뿐더러 민주당에 대항할 동력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
여기에 다른 계파간의 갈등도 있기 때문에 미통당 입장에서 최악의 경우 당내 1여당의 위치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여러 계파의 이해관계로 인해 사분오열 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정치에서도 이 부분은 절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치는 여야간의 균형이 어느정도 팽배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최근 20년간 각 당이 두명씩의 대통령을 배출했고, 국회에서도 힘이 과하게 쏠리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이 너무 큰 힘을 가지게 되면 설령 혁신적이고 뛰어난 인물이 나타나더라도 그게 민주당 사람이 아니면 정치에서 배제될 수 밖에 없게 된다. 마치 지금의 일본 자민당과 아베총리와 같은 모습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한쪽으로 몰린 권력의 결과는 늘 좋지 않다.
문제는 미통당을 완벽하게 대체할만한 정당의 탄생은 한국 정치지형상 상당히 힘들다는 것이다. 제 2당에서 파생되서 아예 대체해버린 17대 총선의 열린우리당 사례를 제외하면 한국 총선에서 제 3당은 25석을 차지한게 전부일정도로(20대 총선 국민의당) 쉬운일이 아니다.
결국, 한국정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미통당은 좋든 싫든 살아남아주는것이 좋은 상황. 그렇기때문에 미통당의 이후 행보가 상당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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