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실 이 내용으로 진작에 쓰고 싶었는데 이래저래 바쁘다 보니 늦게 쓰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개 구충제의 항암치료, 즉 펜벤다졸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이 글에 앞서 미리 이야기 해드리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바이오 분야를 주로 담당하는 투자심사역이며 최근에도 항암제를 개발하는 회사와 투자 진행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 역시 바이오나 의학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기전이나 치료 효과에 대해서 확실하게 말씀 드리는게 아니라는 점을 말씀 드립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에 앞서 펜벤다졸이 무엇인지부터 보도록 하겠습니다. 펜벤다졸은 개 구충제에 들어가 있는 주요 성분중 하나로 말 그대로 몸 안에 있는 기생충을 죽이는 약입니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세포 분열이나 이동시 사용하는 마이크로튜블 억제, 당 사용 억제와 세포성장 억제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구충제는 알벤다졸이나 메벤다졸 같은 사람에게 쓰는 약과 거의 동일한 기전을 보입니다.
이 약이 뜬금없이 항암제로 각광을 받게 된 이유는 이 약을 통해 암을 치료했다는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조 티펜스라는 미국인은 소세포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암세포가 몸 전체로 전이되어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됩니다. 사실상 사망 선고나 다름 없는데, 이사람이 펜벤다졸을 복용한지 3개월만에 PET-CT를 통해서 암세포가 완전히 소멸되었습니다. 그리고 조 티펜스는 자신의 치료 과정을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였고 이게 전 세계적인 개 구충제 열풍을 불러 일으키게 된 것입니다.
https://www.mycancerstory.rocks/
이런 사례가 알려지자 너도나도 개 구충제를 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조 티펜스의 사례처럼 4기 판정을 받고 마지막 도박으로 시도하는 사례도 있겠지만 개 구충제는 접근성이 너무 용이한 나머지 무분별하게 복용할 위험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조 티펜스의 사례도 단순화 시키기 어려운것이 조 티펜스 본인이 치료를 위해 복용한 약이 펜벤다졸 하나뿐인 것이 아니라는 부분 때문도 있습니다.
조 티펜스가 복용한 약을 보면 펜벤다졸 뿐 아니라 비타민 E(천연토코페롤), 커큐민(강황), CBD 오일도 있습니다. 물론 이 약들이 펜벤다졸의 흡수를 돕기 위해서라고 써놨지만 실제 커큐민의 경우에 항암성분이 있는 등 어떤 부분이 정확하게 작용했는지 알기 힘듭니다.
여기에 더 결정적인 부분은 조 티펜스가 단순히 모든 치료를 중단하고 펜벤다졸만 먹은게 아니라 임상치료까지 병행했다는 부분입니다. 조 티펜스는 MD앤더슨 병원에서 진행하는 임상실험에도 참가 했었습니다. 물론 말기암 환자 대상의 실험이었고 조 티펜스 제외 모두 사망했지만 임상 당시의 치료기전과 어떤식으로 연관되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즉, 애초에 이 사태의 발단이 된 조 티펜스 조차도 어떤 부분이 자신의 암을 완치로 이끌었는지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조 티펜스 역시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치료과정을 공유하려는 것 뿐이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사실 제 입장에서 이 문제는 논란이 왜 생기는지 이해조차 안됩니다. 식약처나 의사협회 등에서 펜벤다졸에 대한 경고 신호를 보내는 부분까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실제 FDA 등에서도 펜벤다졸의 사용에 대해 사람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펜벤다졸의 경우 암세포의 억제 효과를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혈당의 억제, 세포분열 억제 모두 항암제의 주요 기전들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연구자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연구를 했고, 위에서 보시는 논문들에서 펜벤다졸 성분이 항암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근거로 대형제약사에서 펜벤다졸의 개발을 막는다는 등 소문이 돌지만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https://jhealthmedia.joins.com/article/article_view.asp?pno=19975
단순하게 암세포를 억제하는 것들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위에서 커큐민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심심하면 언급되는 김치의 항암효과에서 볼수 있듯 암을 억제하는 자원 자체는 많습니다.
사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임상의 전단계인 세포실험 단계에서 암세포만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입니다. 암세포가 몸속에 있을때와 세포로 실험할때는 그 차원이 다릅니다. 이건 동물과 인간의 몸에서까지도 차이가 나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의약품을 생산하기까지 임상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입니다.
임상을 4단계로 구분하면 전임상, 임상 1상, 임상 2상, 임상 3상으로 구분되는데 이를 말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펜벤다졸을 예시로 들면, 우선 세포실험 등을 통해 펜벤다졸이 암에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그러고 실험용 쥐 등을 통해 실제 생물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확인 후, 이상이 없을 경우 임상 1상에 들어갑니다. 임상 1상 소수의 실험자를 대상으로 보통 독성실험, 즉 인체에 무해한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물론 치료 기전 역시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2상에서는 실제 치료와 예방, 그리고 적정 용량에 대한 실험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3상에서 수백 혹은 수천명을 대상으로 독성, 치료, 용량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서 실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치료효과는 물론 안전성까지 확인되어 만들어 진 것이 현재 유통되는 항암제입니다. 이 작업에 수년이 걸리고 수천억의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항암제가 비쌀수밖에 없는 겁니다.
즉, 펜벤다졸이 몇몇 논문을 통해서 암 치료에 효과가 있음이 확인된건 김치나 카레, 마늘 등이 항암효과가 있다는 걸 확인한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물론 신체에서 암 치료 작용을 할수 있겠으나 확인이 되지 않은 것이죠.
여기에 펜벤다졸 역시 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골수기능 억제, 간독성 문제 등이 펜벤다졸의 대표적인 독성인데, 문제는 이런 독성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심할경우 항암치료를 미뤄야 하는 문제까지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사실상 가망이 없는 4기나 말기의 암환자들의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덜하지만 과연 암환자들이 이런 상황들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약물의 오남용으로 인해 정상적인 치료로 해결될 암이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됩니다.
http://ncc.re.kr/webzine/201901/sub_05.jsp
게다가 최근에는 항암제가 꾸준히 발전되면서 암세포만 처리하는 표적항암제에서 면역 시스템으로 암을 죽이는 면역항암제까지 꾸준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암 생존율은 이제는 70%가 넘는 상황이며 일부 암은 90~100%대의 생존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암이 치료가 불가능 한 것도 아니고 치료율, 생존율 모두 올라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펜벤다졸보다 그냥 정석적인 암치료를 받는게 나은 이유입니다.
최근 펜벤다졸의 항암효과가 이슈가 되면서 유튜브 등을 통해서 펜벤다졸 복용기 등이 많이 올라오는데, 실제 치료가 되냐 안되냐를 떠나서 몇몇 유튜브를 믿고 펜벤다졸을 복용하는건 정말 위험천만한 발상입니다. 지금 유튜브에서 하고있는 사실상 임상실험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죠.
심지어 임상실험에서도 플라시보 효과를 우려해서 위약을 임상시험에서 시험약물과 비교하는 대조약물로 사용되기 때문에 펜벤다졸이 진짜로 효과가 있는지를 알기위해는 정식적인 임상실험을 거쳐야 합니다.
펜벤다졸 사용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건 접근이 용이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국내에서는 팔지 않지만 직구로 구입이 가능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접근성이 좋습니다. 하지만 펜벤다졸의 독성이나 효능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말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절대 사용하지 않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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