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글에서는 1월 겨울 이적시장에 대한 정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해외로 진출한 벤투호 국가대표 선수들과 유럽을 가지 못한 이유들에 대해서 정리해보겠습니다.
- 나상호(광주 FC -> FC 도쿄)
먼저 이적소식을 알린 것은 올해 K리그2 득점왕이자 MVP였던 나상호의 FC도쿄 이적입니다.
이적료는 약 15억가량으로 추정되며 등번호 17번을 배정 받았습니다. 뒤에 설명할 다른 선수들의 이적료와 비교해도 결코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사실 뒤에 설명할 황인범의 이적과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은데, 둘다 시민구단 소속이며 K리그 경험도 있고, 국가대표팀 경험, 아시안게임 경험이 모두 있고 군면제 혜택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두선수의 이적에 대한 시각은 온도차가 심한 편인데 더 좋은 조건으로 MLS로 간 황인범에 비해 주목도도, 비판 여론도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국가대표에서의 비중이라고 생각됩니다. 나상호의 경우 소속팀에서는 최전방, 국대에서는 2선으로 분류가 되는데 두 포지션 모두 너무나 명확하게 후보군으로 평가 받습니다.
반면 황인범의 경우 기성용 이탈 후 주전이었고, 기성용이 은퇴선언을 한 지금 기성용의 뒤를 이을 선수로 유력하기 때문에 온도차가 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FC도쿄는 지난해 6위를 기록했지만 39득점을 기록하며 득점에서는 하위권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15득점으로 득점 3위에 오른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활약 역시 나상호 이적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소속팀의 주장이 장현수라는 점도 적응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계약기간도 2년으로 짧고, 아직 나이가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차후에 유럽이적 역시 충분히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김영권(광저우 헝다 -> 감바 오사카)
다음 이적은 국가대표 센터백 김영권입니다. 김영권은 7년간의 광저우 헝다 생활을 끝내고 일본 감바 오사카로 이적했습니다.
김영권의 이적은 아쉽지만 납득이 간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광저우 헝다의 마지막시즌이었던 지난해, 김영권은 거의 경기를 뛰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리그 5경기, AFC챔스만 8경기를 뛴 상황이었죠.
이렇게 된 이유는 중국이 자국 선수들 육성을 위해 리그에서 아시아쿼터를 폐지한 탓이 컸습니다. 결국 아시아쿼터를 인정하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만 뛸 수 밖에 없었고, 그만큼 경기력이 떨어지게 됬습니다.
월드컵때의 활약으로 유럽이적도 기대되었으나 리그에서 2년간 9경기를 뛴 선수(2017년 부상 등)에게 좋은 제안이 가기는 어려운상황이었습니다. 대신 국가대표로써 활약이 우수했고, FA였기 때문에 감바 오사카 이적을 확정짓게 되었습니다.
감바 오사카의 경우 오재석, 황의조가 있는 팀이기 때문에 적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김민재(전북 현대 -> 베이징 궈안)
이 모든 논란의 원흉이 된 김민재 선수는 결국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했습니다.
https://lifetravelers-guide.tistory.com/164?category=689018
제가 이전글에서도 밝혔지만 중국을 가는 순간 유럽행은 거의 물건너 간다고 봐도 됩니다. 중국에서의 이적료와 몸값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죠. 이적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적료 600만 달러, 연봉 300만 달러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 금액이 어느정도 수준이냐면 현재 AC밀란의 주장이자 유망한 수비수인 알레시오 로마뇰리가 재계약으로 받는 연봉이 350만달러수준입니다. 유럽 유망 수비수급 연봉을 받는다는 이야기죠.
여기에 EPL의 왓포드에서 전북현대에 공식적인 제안을 했다는 사실까지 나오면서 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왓포드 이적의 경우 사실상 어렵다고 봤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김민재 선수의 입장에서 변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PL의 경우 이적조건이 까다롭습니다. 특히 워크퍼밋을 받아야 하는데, 이 워크퍼밋의 조건은 출신국가 피파랭킹 50위 이상이면 자동 발급, 이게 아니라면 일정 이적료 이상이 되어야 가능합니다. 피파랭킹 50위권 밖인 한국인 선수가 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죠.
그럼에도 김민재가 비판을 받는건 이번 베이징 이적으로 유럽 진출을 사실상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김민재가 정말로 유럽을 가고 싶었다면 팀 선배인 이재성(현 홀슈타인 킬)처럼 좀 더 많은 이적이 일어나는 여름 이적시장까지 버티면 됩니다. 게다가 전북 역시 이미 대안(김민혁 영입 등)을 마련하고 있었고, 이재성을 이적시킨 경험도 있었던 만큼 김민재가 시즌중에 이적한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될게 없었습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것처럼 중국리그는 아시아 쿼터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기회가 더 부족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심지어 헤나투 아우그스투, 세드릭 바캄부, 요나단 비에라 등 외국인 쿼터 선수들이 사실상 팀 공격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라 출전 역시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모처럼만에 국내축구에서 나온 대형 수비수 유망주가 이런식으로 중국으로 이적하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물론 나중에 본인이 연봉을 대폭 줄여 유럽에 갈수도 있고, 로저 슈미츠 현 베이징 궈안 감독이 유럽으로 돌아간다면 같이 이적할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선택과 시점으로써 김민재의 베이징 이적은 상당히 어려워 보입니다.
- 황인범(대전 시티즌 -> 벤쿠버 화이트 캡스)
위의 김민재 이적 이후 황인범의 이적소식이 나오면서 황인범 역시 비난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황인범의 벤쿠버 이적을 김민재와 같은 선상에 놓기는 억울한 측면이 많습니다.
MLS의 경우 루니, 다비드 비야, 이브라히모비치 등 옛 유명선수들이 나이가 들어서 간다는 이미지가 강했으나 최근들어는 남미 유망주들 역시 대거 유입되면서 리그의 질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일례로 MLS MVP라 할 수 있는 랜던 도노반 MVP에 최근 2년간 조세프 마르티네스, 디에고 발레리가 선정되는 등 MLS의 변화가 계속 생기고 있습니다. 그 전 MVP들이 다비드 비야, 지오빈코, 로비킨이었던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입니다.
이런 흐름과 더불어 벤쿠버의 알폰소 데이비스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고, 애틀란타의 미겔 알미론 역시 뉴캐슬로 이적하는 등 MLS에서 유럽의 이적은 점점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황인범은 이적료 180만 달러(약 20억원)의 금액으로 팀 내에서도 3명뿐인 샐러리캡 제외 선수로 영입되는 등 벤쿠버의 기대 역시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계약기간 역시 2+2이기 때문에 본인의 활약 여하에 따라 유럽진출 역시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 한국선수들의 유럽진출은 왜 힘들까
사실 이번 겨울이적시장은 한국 팬들이 많이 기다려 왔었습니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통해 군면제를 받은 선수들의 이적이 기대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 유럽으로 이적한 선수는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여기에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K리그 구단들의 상황입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황인범과 나상호인데, 이 둘의 소속팀인 대전 시티즌과 광주 FC는 시민구단입니다. 기업구단에 비해서 쓸 수 있는 돈이 한정되게 됩니다. 자연히 선수가 이적하면서 벌어들이는 금액이 중요해집니다.
황인범 이적에서 대전이 함부르크, 보훔의 이적제안을 거절한 것도 너무 적은 이적료(함부르크 10억, 보훔 6억)가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일본팀과 비교할때 더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현재 일본의 미래라 불리는 도안 리츠(현 FC 흐로닝언)의 경우 임대로 이적해서 활약후 200만유로(약 25억)에 완전이적하게 되었습니다. 현 브레멘 소속인 오사코 유야가 첫 독일 진출할때 1860 뮌헨이 지불한 금액은 7억 5천만원, 시바사키 가쿠의 경우는 테네리페 이적때 6개월 단기 이적이었습니다.
이런 이적이 가능한 이유는 대부분 J리그 팀들의 수익이 좋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7시즌 기준 J리그 1에서 영업적자를 기록한 팀은 4팀 뿐입니다. K리그의 경우는 2017년 리그 '평균'이 -3억입니다. 그마저도 스폰서십의 지원 비중이 64%입니다.
그나마 스폰서십의 지원을 받는 대형 구단은 상황이 낫지만 시민구단의 경우는 이게 불가능합니다. 손해보고 선수를 이적시킬수 없는 요인이 되는 것이죠.
두번째는 선수 본인의 의지입니다.
김민재로 인해서 다른 선수들이 묻혔지만, 사실 김영권의 경우도 도전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변방의 유럽리그라도 이적이 가능했습니다. 이적료가 들지 않는 FA였기 때문이죠.
대표적인 비교대상이 일본의 골키퍼인 가와시마 에이지인데, 그는 유럽으로 가기 위해 연봉의 10분의 1로 삭감을 감수했고, 현재는 리그앙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유럽 진출시에 그의 나이는 28살. 절대로 적은나이가 아니었습니다.
국내의 경우 권창훈 선수를 예로 들 수 있는데, 권창훈의 경우 군면제 혜택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프랑스 리그 디종 FCO로의 이적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이적료는 꽤나 넉넉하게(17억) 받았지만 상당히 도전적인 이적이었죠. 그리고 부상으로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은 나오지 못했으나 리그앙 주전선수가 되었습니다.
이 두사례를 보더라도 국내 선수가 유럽으로의 이적은 본인의 의지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물론 구단입장에서는 돈이 최우선이나 결국 이적을 결정짓는 것은 선수의 의지입니다. 지금 시대에 선수를 멋대로 이적시키는 행위는 있을 수 없습니다.
결국 유럽이적에 대한 '결정'은 선수가 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선수들의 결정에 대해서 일개 축구팬인 제가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습니다. 대신 축구팬의 한사람으로써 아쉬울 뿐이죠.
그나마 긍정적인건 현재 유럽에서 뛰는 유망주인 정우영(바이에른 뮌헨), 이강인(발렌시아 CF), 백승호(지로나 FC),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황희찬(함부르크 SV) 등 유망주들이 많기 때문에 향후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성장은 여러모로 기대가 됩니다.
서로가 다른 상황, 그리고 다른 조건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어딜가든 국가대표팀의 발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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