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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은 2019 아시안컵에서 카타르에게 1-0으로 패배하며 8강에서 탈락했습니다.
오늘 경기만 못했으면 모르겠는데 벤투호는 2019년 들어서 사우디 평가전 포함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중국전을 제외하고 좋은 평가를 들었던 경기가 거의 없다시피 하죠.
이번 글에서는 왜 아부다비 참사가 벌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분석을 대략적으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 잇다른 부상, 대안이 없었던 교체카드
◇2019년 UAE 아시안컵 한국대표팀 엔트리
골키퍼=김승규(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조현우(대구)
수비수=김진수 이용 김민재(이상 전북) 김영권(광저우 헝다) 권경원(톈진 취안젠) 김문환(부산) 홍철(수원) 정승현(가시마)
미드필더=손흥민(토트넘) 황희찬(함부르크) 이재성(홀슈타인 킬) 정우영(알 사드) 이청용(보훔) 기성용(뉴캐슬) 황인범(대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나상호(광주) 주세종(아산)
공격수=황의조(감바 오사카)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 나상호 부상 이탈, 이승우 합류
많은 분들이 불만을 표하신 부분이 교체카드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실제로 벤투 감독의 전술은 대부분 같은 선수들만 나오기도 했지만, 교체카드 역시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벤투 감독 역시 항변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부상선수가 너무 많았던 것이죠.
국가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만 권경원, 기성용, 이재성, 황희찬 등이 한번씩 부상으로 이탈했습니다. 마지막이 되어버린 8강전에서는 권경원을 제외하고 모두 출전이 불가했었죠.
기성용이 이탈하면서 백업 멤버였던 황인범이 주전이 되었으나 기성용 정도의 볼배급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경험 부족과 아직 기성용 정도의 배급능력에는 못미치는 부분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고정 라인업 외에 교체 될 수 있는 멤버가 구자철, 지동원, 이승우 정도 밖에 없었다는 것역시 문제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이기고 있어서 수비를 교체할 일은 별로 없었으니 공격에서 변화를 줘야하는데 이 공격에서의 카드가 제한적이었던 것입니다.
이 점은 대회중에 불거진 의료진 문제 때문일수도 있습니다. 벤투감독은 대회 전 남태희, 나상호를 잃은데 이어 이재성, 황희찬까지 부상당하면서 쓸수 있는 카드를 엄청나게 제한받게 된 것입니다.
4-5-1이라는 한가지 전형만 깊게 파는 벤투감독의 특성상 다른 전술로 보강을 할 수 없었고, 결국 상대방도 예상 가능한 멤버만 계속해서 나온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점은 공격력 부족과 연결되어 악재로 작용하게됩니다.
- 공격할 선수가 없는 공격진. 득점력에 문제를 드러내다.
벤투감독이 첫 명단을 냈을 때, 가장 문제가 된 인선이 구자철과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였습니다.
이 두선수, 특히 지동원의 경우 국가대표팀에서 부진이 심각했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되었습니다. 벤투감독은 지동원의 신장(187cm)과 움직임으로 지난 대회의 이정협과 같은 효과, 즉 제로톱으로써의 모습을 기대했던걸로 보입니다만 지동원은 생각보다 더 부진했습니다.
문제는 국가대표팀은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선발로 나설 때를 제외한 플랜 B의 공격법이 전무했다는데에 있습니다.
하다못해 석현준(랭스), 김신욱(전북 현대)과 같은 장신선수들로 롱볼로 공격하는 방안을 마련했어야 합니다. 카타르 전만 보더라도 지고있는 상황에 들어가자 결국 수비수인 김민재(전북 현대)를 전방으로 올리는 변칙수까지 써야 됬죠.
이러한 점은 구자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마도 벤투감독이 구자철에게 기대했던 롤은 공격력이었을텐데, 구자철의 국가대표 마지막 골은 2017년 11월까지 거슬러가야됩니다(세르비아전 패널티킥). 심지어 필드골은 더 1년전인 2016년입니다. 즉, 소속팀에서는 몰라도 국가대표팀에서는 더이상 골을 기대하기 힘든 선수입니다.
물론 벤투감독이 점찍어 놨던 남태희(11경기 7골), 나상호(31경기 16골) 등 득점자원들이 부상으로 이탈한게 뼈아팠고,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던 손흥민 역시 소속팀에서의 혹사와 빡빡한 스케쥴로 인해 제 컨디션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국내선수 중 득점 1위였던 문선민(14골 6어시)의 탈락이 아쉬울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국가대표팀에서 좋은 공격력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가능성은 있는 선수였기 때문이죠.
아시안컵은 우리보다 한수 아래의 팀과 싸우기 때문에 '압도할수 있는'선수의 존재가 중요한데, 이번 명단에서 그런 선수들이 없었다는 것이 8강탈락의 주요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 부상자에 취약했던 멀티플레이어의 부재.
이쯤에서 약 6개월전이었던 월드컵 멤버와 비교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엔트리
GK: 김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조현우(대구FC)
DF: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정승현(사간 도스), 윤영선(성남FC), 김민우(상주 상무), 장현수(FC도쿄), 오반석(제주 유나이티드), 홍철(상주 상무), 박주호(울산 현대), 고요한(FC서울), 이용(전북 현대)
MF: 기성용(스완지 시티), 정우영(빗셀 고베), 주세종(아산 무궁화), 이재성(전북 현대),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문선민(인천 유나이티드)
FW: 황희찬(잘츠부르크), 김신욱(전북 현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2019년 UAE 아시안컵 한국대표팀 엔트리
골키퍼=김승규(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조현우(대구)
수비수=김진수 이용 김민재(이상 전북) 김영권(광저우 헝다) 권경원(톈진 취안젠) 김문환(부산) 홍철(수원) 정승현(가시마)
미드필더=손흥민(토트넘) 황희찬(함부르크) 이재성(홀슈타인 킬) 정우영(알 사드) 이청용(보훔) 기성용(뉴캐슬) 황인범(대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주세종(아산)
공격수=황의조(감바 오사카)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제가 볼드체로 써놓은 선수들은 바로 두 포지션이상 멀티플레이가 되는 선수들입니다. 물론 전술적으로 다양한 전술을 쓰는 신태용감독에 비해 하나의 포메이션을 단련하는 벤투감독의 경우 멀티플레이어의 중요성은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부상자가 속출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실제 이번대회에서 기성용이 이탈하자 3선에 들어갈수 있는 선수는 황인범, 정우영, 주세종 뿐이었으며 카타르 전처럼 이 멤버 전원이 다 나오는 경우 3선의 대안은 아예 없었습니다. 구자철 정도만 가능했죠.
만약, 월드컵때처럼 박주호나 고요한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겠지만, 멀티플레이어가 부족했던 벤투호는 이러한 유연성의 부족이 나타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유연성 부족은 이번대회와 같은 참사를 만들어 내게 된 것입니다.
- 15년만에 8강 탈락. 그럼에도 벤투호는 계속되어야 한다.
2004년 중국대회 이후로 우리나라 대표팀은 처음으로 8강에서 좌절을 맛봤습니다. 그나마 저 대회에서는 이란한테라도 졌지, 이번엔 전력이 한수 아래로 평가받는 카타르에 져 충격이 더 큽니다. 성급한 네티즌들은 이미 벤투감독의 경질을 이야기하고 있을 정도로 이번 패배의 충격은 상당히 강합니다.
벤투감독의 극명한 단점은 고집이 쎄고, 자신이 기용하는 선수들 중심으로 팀을 꾸리며, 전술적인 경직성이 강합니다. 이게 팀과 시너지가 맞으면 엄청난 폭발력을 내지만 맞지 않는다면 잡음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아부다비 참사라 불릴 정도로 참혹한 결과를 만들었지만 벤투감독은 계속 연임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벤투감독 스타일상 팀의 전력을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도 있고, 무엇보다 이제 갓 6개월된 감독을 짜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벤투감독은 2010년에 포르투갈 감독 취임후 2년간의 기간동안 팀을 다잡은 뒤 2012 유로대회에서 4강이라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후에 단점이 더 드러나면서 경질되긴 했지만 충분히 본인 스타일로 성적을 낼 수 있다는것을 입증한 감독이기도 합니다.
이는 벤투 감독과 같은 국적이자 현 이란감독인 케이로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케이로스 감독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번 대회 전까지만해도 메이저 대회에서의 부진이 심했는데, 2014 월드컵에서 조별예선 탈락, 2015 아시안컵에서 이란에게 패배하며 8강, 그리고 2018월드컵에서도 조별예선 탈락했습니다. 그럼에도 케이로스는 감독직을 유지하면서 이란을 라이벌인한국, 일본에서도 인정받는 강팀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실로 이란은 현재 4강에 올라와있고,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결국 최종 결정권한은 또 다시 축구협회로 넘어갔습니다. 당연히 경질은 안되지만 만약 지금이라도 벤투감독의 축구 스타일이 국가대표팀과 맞지 않고, 장기적으로 독이 될것이라 판단이 된다면 거액의 위약금을 감수하더라도 경질해야 합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청사진이 국가대표팀의 미래와 같다면, 대중적인 비판과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벤투감독 체제를 이어나가야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건, 네티즌들과 축구팬들의 반응이 아닌 오로지 축구 자체만을 놓고 판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기영합이 아닌 축구로 볼 때 벤투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았고, 평가를 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입니다. 이후 벤투감독이 어떤 미래를 그려나갈지는 모르겠으나 아직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 5장. 스포츠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서 > 1) 국내 축구를 바라보기 위한 안내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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