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투자를 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서

세컨더리 보이콧 루머와 현실가능성

프로여행러 2018. 10. 3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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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제부터 증권가에서는 미국 재무부가 다음 달 6일 중간 선거 직전에 국내 시중 은행 한 곳을 상대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행사할 예정이며 이 이 사실을 미리 파악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매도하고 있어 증시가 폭락하고 있다는 내용의 찌라시가 돌았다고 합니다(나만 못듣는 찌라시). 



이에대해 금융당국은 증권가에 돈 소문과 관련해 “(미국의) 제재가 실행되려면 국내 은행에 대한 사실 조사와 소명 등의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계좌를 특정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하는데 아직 그런 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입장을 발표하며 논란을 일축시켰습니다만, 어제 하루동안 KB금융(5.52%), 하나금융지주(-4.81%), 신한지주(-4.40%), 우리은행(-4.35%), 기업은행(-3.36%)  등 대다수의 시중은행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이런 내용이 기사화 되고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릴 정도가 되다보니 일부 세력들은 이런 내용들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컨더리 보이콧은 무엇이며 위에서 나온 루머가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미국 최강의 카드. 세컨더리 보이콧


굳이 설명이 필요없지만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강함은 단순한 군사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의 힘만으로 한 나라의 경제를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것도 있습니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제재국가와 거래하는 제 3국의 기업과 은행, 정부 등에 대해서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1차 보이콧은 제재 국가, 2차 보이콧(세컨더리 보이콧)이 1차 보이콧 국가와 거래하는 대상자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 문장 하나로는 설명이 부족하니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 BDA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BDA는 마카오 소재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의 약칭입니다. 당시에 마카오 내 6위권 은행으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애국법 제 311조 근거해서 2005년 북한 불법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이 은행에 대한 거의 모든 거래가 중지되었습니다. 단순히 미국이 '우려대상'으로만 지정했는데도 모든 달러 거래가 막혔고, 북한 역시 불법자금 일체가 막히는 효과를 누렸습니다. 이 제한조치를 푸는데 북한은 2년이 걸렸고, 2년간 2천 5백만달러의 자금이 묶여있었습니다.


지금이야 북한도 이런 대책을 마련한 상황이고, 미국 역시 애국법이 폐지되면서 이러한 조치는 어렵지만 미국이 어떤식으로 마음만 먹으면 한 나라를 고사시킬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란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행사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이란과 금이나 귀금속, 석탄 등 광물, 자동차 거래 등을 하는 제3국의 기업과 개인도 제재 대상이 되며 11월부터는 이란 석유 거래가 금지되고, 이란 해운사와의 거래도 제재 대상에 포함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이전에도 미국은 이란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담은 이란 제재법을 통과 시킨바 있는데, 이 법안으로 이란의 주요 수출품인 원유 수출이 절반으로 급감하면서 미국과 핵 협상을 타결시킨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세컨더리 보이콧은 미국이 한 국가를 압박하는데 최고의 카드이자 미국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 세컨더리 보이콧이 현실화 된다면?


위에서 사례로 언급했지만 저 찌라시대로 세컨더리 보이콧이 국내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발효된다면 과장이 아니라 사실상 국가경제 멸망수준까지 갈 수 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뱅크런인데, 뱅크런 자체가 은행의 예금주들이 한꺼번에 돈을 찾아가는 대규모 인출사태를 의미합니다. 사태가 여기까지 닿으면 국가경제는 멸망 수준까지 가게 됩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저축은행들의 부실로 인한 뱅크런이 있었지만 시중은행들의 뱅크런은 차원이 다릅니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의 대부분이 일부 대형은행들에게 몰려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들 은행에서 대규모 인출사태가 일어나는 수준으로 신용이 떨어진다면 국가경제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습니다.


은행은 신용을 기반으로 먹고사는데 그 신용이 무너지면 은행이 버틸 수 없고, 은행이 무너지면 기업들도 덩달아 무너지게 됩니다. 저 찌라시대로 현실화가 된다면 IMF급 위기가 닥칠수 있습니다.


다만, 이건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이고 실제 시행된다고 해도 심각한 영향이 없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은행의 모든 유동자금이 묶이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국내 은행들은 해외 투자를 받는 비율이 적은 편이고 국내 기업 및 예금주들이 많기 때문에 설령 타격이 있다고 해도 망할정도의 영향은 없을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저 찌라시가 현실화된다면 안그래도 좋지않은 한국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 세컨더리 보이콧의 가능성은?


그렇다면 저 찌라시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하는 점이 문제인데, 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실상 0에 가깝다고 말씀 드릴수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예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현실성이 없다'정도가 되겠네요.


우선 현재까지 세컨더리 보이콧 위반으로 타격을 입은 기록이 있는 금융권은 앞서 설명한 BDA 뿐인데, 무려 13년전 이야기인데다가 BDA는 다른것도 아니고 북한의 불법자금세탁이 그 은행에서 '직접' 진행된 정황이 있어서 받은 피해였습니다.


금감원의 말처럼 실질적인 근거 없이 이러한 조치를 단행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BDA 제재의 기준이 되었던 미국의 애국자법은 2015년 이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기 때문이죠.


게다가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동맹국과 사이가 틀어질 수 있는 이런 조치를 발표한다는건 굉장히 위험한 행위입니다. 지금 설문조사에서는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과반수, 하원에서는 민주당의 소폭 우세가 점쳐지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판을 갈아 엎을 수 있는 저런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무엇보다, 앞서 설명드린대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한 제재는 그 국가와 사이가 틀어질 각오를 해야합니다. 애초에 한미동맹이 그정도로 얄팍한 동맹도 아닐 뿐더러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되는 와중에 한국과 척을지는 이런 재제를 한국정부에 고지없이 시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정도 사건이 진짜라면 바로 반응해야할 CDS 프리미엄이 너무나도 잠잠합니다.


CDS 프리미엄이란 Credit Default Swap의 약자로 부도위험을 제 3자에 넘기는데 따른 수수료입니다. 국가에 대입해서 보면, 부도위험이 낮은 국가의 수수료는 그만큼 낮을 것이고 부도위험이 높은 국가의 수수료는 그만큼 높습니다. 그래서 CDS 프리미엄은 무조건 낮은쪽이 좋습니다.


보시다시피 10월 1일에 연중 최저치를 찍었고, 그 이후에도 42 이상 올라간 적이 없을정도로 국내 CDS 프리미엄은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심지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국내 4개 은행(KB, 신한, 하나, 우리)의 평균 CDS 프리미엄은 52포인트로 미국(54), 유럽(68)보다도 더 낮습니다(10/17 기준).


즉 이러한 루머가 사실이라고 하기에는 시장의 반응이 너무 평온합니다. 주가 역시 어제 잠깐 하락했으나 오늘은 보합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단, 실제로 주한미국 대사고나에서 국내 대기업들과 대북사업을 진행하는 산림청에 직접 전화해서 협력사업 추진상황 등에 대한 조사를 하는 등 북한문제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하지만 세컨더리 보이콧 위반으로 미국에서 한국 은행에 제재를 가한다는건 과한 소문일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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