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장. 영화 비틀어보기

이 영화는 위험하다. '조커' 리뷰

프로여행러 2019. 10. 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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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조커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리뷰이며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언급되는 영화 내용은 모두 예고편에 나온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감독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다. 놀란 감독 특유의 철학적인 부분이 영화에 담겨있다는 부분을 좋아하기 때문인데, 내가 놀란감독을 좋아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를 보고 나서였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단 작품은 단연 다크나이트로, 당시 히스레져가 연기한 조커는 정말 엄청났다. 개인적으로 역대 가장 현실적인 조커라고 생각한 조커였다. 과거 잭 니콜슨도 엄청난 연기력의 조커를 보여줬으나 유쾌했고, 그야말로 '광대'였다. 하지만 히스레저의 조커는 광대의 얼굴을 한 악마. 그 자체였다. 그 엄청난 현실성을 통해 세상에 존재할법한 악마를 만들어낸 놀란은 영화를 보는 시청자에게 공포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적어도 이번 '조커'를 보기전까진 내 최고의 조커는 히스 레저였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정말 '광기' 그 자체라 할만하다. 이 영화는 오로지 단 한명. 조커에만 집중한다 물론 다른 캐릭터들도 등장하지만 아예 등장 안하는 수준에 가깝다. 조커 외의 인물을 조명하는 경우는 영화내에 거의 없다시피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오로지 단 한명, 조커이자 아서 플렉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역량에 눈이 가게 된다.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는 그간 자신이 쌓아온 필모와 연기력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이 영화는 아서 플렉이 조커가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재밌는 부분은 과연 아서 플렉이 조커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영화를 보고나서 가장 의견이 갈리는 부분 중 하나가 '과연 아서 플렉은 외부적 환경으로 인해 조커가 되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이것이 이 영화가 주는 재밌는 부분이다.

 

이 영화에서 조커는 사실상 사회부적응자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히키코모리이자 싸이코패스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서 플렉이 이렇게 된 원인을 사회에서 찾을 수도 있겠으나 영화를 보다보면 '정말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든다.

사실 조커에 집중된 영화라고는 하지만 이를 위한 감독의 엄청난 노력 역시 영화에 들어가있다. 이 모든 인과관계를 만들기 위한 미장센, 음악적인 선택, 영화 구석구석 심어진 상징들, 촬영 기법과 색채, 구도 등 이 영화는 오로지 아서 플렉이 조커가 되는 과정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이 영화에서 미친 연기력을 보여준 호아킨 피닉스가 빛나게 되었고, 조커가 되어가는 과정 역시 관객들이 와닿을수 있었다. 괜히 이 영화가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 사자상을 받은게 아니다.

 

이 영화의 주요 비판점을 뽑자면 아이러니하게도 아서 플렉이 조커로써의 캐릭터가 약하다는 점이다. 조커라는 캐릭터 자체는 배트맨 세계관의 단순한 악당이 아니다. 조커는 배트맨의 가장 강력한 숙적이며 배트맨의 목숨을 몇번이나 위협하는 존재이다. 

만화상의 조커

하지만 이 영화의 조커는 철저한 약자이다.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에서 배트맨을 농락하고 배트맨 주변인물들을 몇번이나 위험에 처하게 하는 조커는 이 영화에는 없다. 오히려 누가봐도 사회적 약자 수준의 인물이다. 여기에 범죄에서의 스마트함 역시 볼수 있는 장면이 적다. 보기에 따라선 아예 없다고 할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이 영화는 히어로물이지만 히어로물이 아니다. 아마 다크나이트 수준의 음울함 정도를 생각하고 이 영화를 본다면 엄청난 충격에 휩싸일 것이다. 이 영화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영화를 보고 나오면 그게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갈정도로 이 영화는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현실적인 영화가 주는 '있을법한 상황'이 아닌 '실제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 수준의 현실성을 보여준다. 특히 총기 범죄가 만연한 미국에서 이 영화를 경계하는 것 역시 이해가 간다.

 

이 영화를 분류하자면 스릴러를 넘어선 공포영화에 가깝다. 마블 시리즈의 영화가 주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나 스토리는 없다. 만화에서 조커가 미치광이 광대라면 이 영화에서 조커는 그냥 미치광이이고 이 영화는 그 과정을 너무나 잘 담아내고 있다. 보고있는 관객의 기분조차 망칠 정도로.

 

이런 이유로 이 영화를 가볍게 볼 생각을 하는 사람은 어느정도 각오는 하길 권하며 공포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잔인한 장면도 거의 없고 혐오스러운 장면도 없다시피 하지만 그럼에도 이영화는 여러모로 불쾌한 영화이기 때문.

 

조커는 마치 엄청나게 좋은 카메라로 얼굴을 찍으면 얼굴의 주름과 모공까지 다 드러나서 불쾌한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이다. 사회의 문제점을 단순하게 드러내는것이 아니라 아서 플렉의 삶을 바탕으로 이걸 내 눈앞에다 가져다 놓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기분나쁘다. 그리고 기분이 나쁘게 될 정도로 이 영화는 잘만들어도 너무 잘만들었다. 

 

조커라는 캐릭터는 탄생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왔지만 이 조커는 사랑받는걸 넘어서 무서워질것만 같다. 영화를 추천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 되는 영화다. 하지만 이 고민을 끝내고 영화를 본다면 엄청난 작품을 보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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