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장. 영화 비틀어보기

역학 3부작의 마지막. '명당' 리뷰와 남연군 묘 이야기.

프로여행러 2018. 9. 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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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영화 리뷰를 쓰게 되었습니다.


오늘 영화 리뷰는 역학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명당'입니다.


참고로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의 경우 가려놓았으니 안심하고 읽으셔도 되겠습니다.



사실 첫번째 작품인 '관상'의 경우 수많은 명대사와 패러디를 남기면서 엄청난 흥행을 이끌어 냈으나 두번째 작품인 '궁합'의 경우 누적관객수 130만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보여줬습니다(관상 913만명).


이번 영화의 경우 흥선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의 묘(극중에선 이름이 안나옴)의 이장이 주 스토리인데, 이 스토리라인은 실제로 전해져 오는 야사(공식적으로 기록된 역사가 아닌 개인 기록역사 또는 구전역사)를 참고한 내용입니다. 


야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흥선군 이하응이 야심을 가지고 아버지인 남연군의 묘를 이장하려고 당시 최고의 지관인 정만인에게 최고의 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는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위치한 가야사를 ’2대에 걸쳐 황제가 나올 자리’라고 지목하였습니다. 현재의 묘자리에는 탑이 있었는데, 대원군은 절을 없애고 남연군의 묘를 옮겼고, 결국 고종과 순종 모두 황제에 오르며(대한제국 선포후 칭제선언) 이 예언이 맞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야사인만큼 내용이 엇갈리는 부분들이 좀 있는데, 지관에 대해서 정만인이라고 나오는 곳과 아닌곳이 있고, 지관이 '무덤 주인에게 큰 화가 닥칠 것이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는 이야기, 가야사에 불을 질러 승려들을 쫓아냈다는 이야기, 흥선군이 가산을 털어 지주에게서 가야사를 샀고, 이후 고종이 왕이되자 가야산에 보덕사를 지어 보답했다는 등 온갖 바리에이션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남연군 묘에 대해서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실제로 남연군 묘는 이장된 것으로 남연군 묘 주변에 가야사 터와 이장당시 쓰였던 운구 등이 아직도 보관되고 있어 이 야사가 설화가 아님을 나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남연군 묘는 오페르트라는 인물이 도굴을 시도하는 만행을 저지르는데, 다행히 석회를 깊이 굳혀놔서 실패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불행한 것은 이로인해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이 더 심화되었다는 점이지만요.


어쨌든 영화에 대한 총평을 간략하게 하자면 나름 흥미를 끌수 있는 좋은 역사적 소재, 매력적인 캐릭터(흥선대원군)과 이를 뒷받침하는 훌륭한 배우진을 토대로 초반에 흥미진진하게 전개시키다 영화 후반부에 홀랑 말아먹은 영화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 전개에서 돋보였던 부분은 초반 박재상(조승우)이 다시 재기하는 과정속에서 풍수지리에 대한 자연스러운 이해를 유도하는 한편 왕실과 세도가문과의 갈등을 드러낸 부분입니다.


사실 풍수지리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는 들어봤으나 익숙하지는 않은 소재이기 때문에 관객들의 흥미를 유도해야 됩니다. 그리고 명당은 이 부분에 있어서는 박재상이 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흥미를 끌기 좋게 잘 풀어나갔습니다.



왕실과 세도가문의 갈등의 경우 이 영화 내내 나오는 장면으로 장동 김씨(안동김씨 모티브)와 왕실간의 갈등을 계속해서 보여줍니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너무 지나친 감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장면이 김좌근(백윤식)이 헌종(이원근)을 무릎꿇리고 헌종이 자기 자식만은 살려달라고 비는 장면인데, 이건 역사적으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심지어 일제 강점기에도 일어날수 없었던 일이었고, 만약 실제로 저랬다면 그야말로 멸족에 가까운 처벌을 받았을만한 일입니다.


실제 안동김씨가 굉장한 세도가였음에는 분명하지만 태생이 외척으로부터 시작한 가문이었기 때문에 영화상의 표현은 과장이 너무 지나치게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은 지성이 연기한 흥선군이었습니다.



워낙 사연도 많고 유명한 인물이라 그만큼 사극에서 오랫동안 다뤄온 인물인데, 대부분 드라마나 영화에서 흥선군은 노회한 정치인이거나 속이 검은 사람으로 나오기 마련이었습니다. 명당에서 지성의 연기력이 이 부분을 상당히 잘 살렸습니다. 정적에게 치욕을 당하면서도 자신의 야심을 위해서 과감함까지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상당히 좋은 모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악역으로 나온 김병기(김성균), 김좌근(백윤식) 등의 캐릭터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캐릭터성과 흥미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평가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 제가 볼때 이유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번째, 영화의 전개가 상당히 평이합니다.


명당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천자지지(천자들 얻을 수 있는 땅)를 얻기 위한 흥선군과 장동김씨와의 갈등입니다. 하지만 이 내용이 드러나기 시작하는건 초반이 아니라 중후반에 드러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후 내용의 전개가 급전개되는데, 설득력이 확 떨어집니다.


물론 흥선군의 경우 아들에게 용포(왕의 옷)을 입히는 장면을 통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냈고, 장동김씨 일파야 계속 그런 땅을 찾았으니 나름 이유가 된다고 생각할수도 있으나 둘다 위치를 알게 되자 하는건 결국은 달려가서 싸우고 불지르는 걸로 끝나게 됩니다.


심지어 흥선군이 이기고도 김병기를 살려보내주기까지하고 엔딩에서도 버젓이 살아있으니 관객들이 몰입을 할수가 없습니다. 여기에 김병기가 계속 권력을 쥐고 있는데도 흥선대원군의 아들은 왕이 됩니다.


이러한 전개상의 문제는 전적으로 연출진의 문제입니다. 여러곳에서도 상당히 많이 지적되는 문제긴 하지만 이런 평이한 구성 말고도 전개를 더 흥미진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그런데 연출진은 이 스토리 전개방식을 평이한 방식으로 선택하므로 인해 몰입감을 확 떨어트려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두번째 문제는 악역 매력도가 떨어진다는데에 있습니다.



물론 각각 김좌근, 김병기를 연기한 백윤식, 김성균 배우의 연기력은 상당히 뛰어났습니다. 김좌근은 카리스마 넘치는 실세 권력자, 김병기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의 모습을 잘 나타냈습니다.


문제는 스토리에서 이 둘의 연기력이 퇴색될 정도로 캐릭터를 평면적으로 잡았다는 것입니다.


김좌근의 경우, 당대 최고 권력자의 모습을 나타내고 왕도 마음대로 할 정도의 모습을 드러내지만 후반부 가면서 그냥 막나가는 캐릭터로 변모합니다.


아무리 자기 부하들이 다 장악하고 있다고 하지만 왕한테 막말을 하고, 대놓고 왕실을 모욕하는 모습은 영화 초기에 갈등은 있었으나 예의차리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집니다. 심지어 후반으로 갈수록 천자지지에 대한 집착을 보이다 결국 아들인 김병기에게 허무하게 죽습니다.


김병기의 경우는 더 심합니다. 김병기는 엄연히 이 영화의 악역입니다. 그런데 극중에서 하는 역할은 거의 악역의 조연, 악역의 오른팔에 가깝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이하응에게 굴욕을 주는건 물론이고 아버지인 김좌근에게 혼나고, 결국 지관의 말에 혹해서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나중에는 흥선군에게 패배하는데 그때까지도 이렇다할 반격조차 제대로 못합니다.


결국 주인공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면적인 캐릭터를 내세우고 이들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사연도 없이 진행을 시키면서 악역들은 말 그대로 '악역'에서 끝나는 문제를 보였습니다.


이래저래 문제가 없는 영화는 아니지만 아예 망작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문제는 대부분 막판 급전개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 대다수라 제작기간의 문제인지 감독의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여러모로 아쉬운점들이 보였습니다. 흥미로운 주제와 스토리를 가지고 만든 영화치고는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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