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장. 스포츠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서/1) 국내 축구를 바라보기 위한 안내서

3월 A매치. 벤투의 성공적인 실험. 그리고 이강인과 백승호

프로여행러 2019. 3. 27. 14:34
반응형

- 정리해보자면 이강인, 백승호 등 새로운 피가 수혈되었지만 사실상 큰 변화는 없었다. 특히 최전방 스트라이커와 공격 2선, 수비진, 골키퍼는 주전급 선수들의 변화는 권창훈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


다만, 기성용의 은퇴로 중앙 빌드업에 대한 기준 자체가 변화하게 된다면 국가대표의 포메이션은 4-5-1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있다. 현재까지 뽑힌 멤버들을 보면 이러한 변화가 가능한 멤버들이기 때문.


이번 3월 A매치의 주안점은 누가 중앙에서의 빌드업의 중심이 되느냐, 4-5-1을 계속해서 유지할 것이냐, 마지막으로 이강인의 데뷔와 어떤 모습을 보여주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https://lifetravelers-guide.tistory.com/184




- 벤투의 선택은 4-1-3-2였습니다. 이 변화는 상당히 놀라운데, 그간 벤투감독은 4-3-3(포르투갈)이나 4-5-1을 주로 쓰는 감독이라는 인상이 짙었기고 고정된 전술만을 사용한다는 인식이 잡혀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기존의 틀자체가 크게 변한것은 아니었습니다. 벤투 감독이 선호하는 포백라인은 거의 그대로 가용되었고(부상으로 김진수, 이용 이탈), 전방에서부터의 압박과 양측 윙백의 적극적인 공격가담이라는 색채 역시 예전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이 포메이션을 이용한 국가대표팀의 변화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번째, 손흥민의 공격력 극대화.


손흥민은 작년 월드컵 독일전 이후 골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 상황이 벤투감독 선임 직후였기 때문에 전술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4-5-1체제에서 손흥민의 역할은 돌파후 슈팅보다는 경기 자체를 만드는데 더욱 중점을 두고 있었고, 결국 이러한 점은 아시안컵 8강 탈락이라는 결과로 나오게 되었죠.


결국 손흥민의 공격력을 극대화 시킬 방안을 모색하다가 투톱을 세우고 그 뒤에 2선자원을 세명을 배치시키면서 공격시에 수적 유리함을 가져갈 수 있게끔 만든 것이죠.


이 점은 첫번째 골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 상대방의 라인을 무너뜨리는 황인범의 패스도 좋았지만 순간적으로 황의조, 손흥민, 이청용이 동시에 달려들어가며 수비를 분산시키며 순간적으로 3:3 상황을 만든 것이 컸습니다.


2선자원을 늘리고 톱 자원을 한명 더 늘리면서 그만큼 손흥민에 집중된 견제가 흐트러지고 기회를 잡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부분은 후반 이재성의 추가골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을 보고 찔러준 김민재의 패스로 시작된 공격을 이재성이 그대로 마무리했는데, 이미 공격수 두명과 2선 선수들, 그리고 후방에서 달려온 김문환까지 가세하면서 공격숫자는 무려 6명이 되면서 이재성을 압박할 여유가 적어지면서 여유있게 중거리 슛으로 마무리 한 장면입니다.


이런 전술적인 선택이 콜롬비아에 먹혔다는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 요인입니다. 물론 콜롬비아가 양측 윙백의 부상으로 포백라인이 정상적이지 않았고 키퍼의 실수도 많았으나 산체스(토트넘) -예리 미나(에버튼)로 이어지는 수준급 수비라인을 보유한 팀에 끊임없이 공격하고 득점까지 연결시키는 모습은 향후 공격력에서도 기대감을 갖기 충분했습니다.


두번째, 유기적인 포메이션 변경.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벤투감독은 하나의 포메이션만 고집한다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어제 경기에서는 공격시 4-3-3, 수비시 4-4-2로 움직이는 유기적인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아무래도 4-1-3-2 자체가 공격진에 숫자가 많기 때문엔 2선에 있는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바쁘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두선수가 바로 이재성과 황인범였습니다.



이재성의 경우 골까지 기록하면서 콜롬비아전의 숨은 히어로이기도 했지만 정말 이재성이 중요했던 부분은 수비와 공격을 아우르며 공격에서는 볼배급, 수비에서는 우측 측면 수비라는 역할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 했습니다. 물론 실점 상황에서는 우측면에서 슛을 허용하였지만 이 부분에서는 그야말로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황인범의 경우 턴오버와 패스미스로 비판을 받았지만 번뜩이는 패스플레이로 공격을 풀어주는 역할을 충분히 해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부분중 하나가 수비인데, 황인범의 경우 2선으로 출전하긴 했으나 중앙에서 2선과 3선을 오가면서 수비가담 역시 충실히 해줬습니다.


이 두선수 모두 잔실수가 있었으나 벤투감독이 미래에 생각하는 전술이 어떤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부분을 보여주었습니다. 즉, 공격시에는 수적 우위를 점하면서 기회를 만들고, 수비시에는 후방에서 수비를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공을 막는 전술이죠.


이처럼 유기적인 선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벤투감독은 강팀인 콜롬비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 선수기용에서도 역시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기존 2선자원인 이재성, 이청용, 황인범을 활용한데 이어 부상복귀한 권창훈과 신진자원인 나상호, 이승우 모두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면서 2선 자원 사용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권창훈은 1년만에 대표팀 복귀하는 선수라는 생각이 안들정도로 훌륭한 활약을 하면서 국가대표팀 2선 경쟁에 불을 지폈습니다.


벤투감독 입장에서는 사실상 2선자원에서 거의 모든 카드를 가지게 된 셈인데, 드리블(권창훈), 활동량(이재성, 황인범), 창의성(이승우, 이청용), 슈팅력(손흥민, 나상호, 황희찬) 모두 갖춘 옵션을 고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부상 이탈해있는 남태희, 곧 데뷔하게 될 이강인과 백승호, 정우영(바이에른 뮌헨)까지. 전술에 2선을 세명이나 넣어도 자리가 부족할 정도의 풍족한 자원을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두경기를 복귀해보면 벤투 감독의 2선은 다양함을 중심으로 짜고 있는데, 볼리비아전 나상호 - 권창훈 - 황인범, 콜롬비아전 이청용 - 황인범 - 이재성 등 활동량과 창의성, 그리고 돌파력까지 두루 갖춘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다시 한번 본인의 능력을 입증한 조현우입니다. 


현재 국가대표팀 주전 골키퍼는 김승규입니다. 이는 두 선수의 실력차 때문이라기보다 감독의 성향 차이가 큰건데, 아시다시피 조현우는 선방실력에, 김승규는 빌드업에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축구 데이터 분석 업체 팀트웰브에 따르면 볼리비아전 주전 골키퍼였던 김승규는 88.24%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고 콜롬비아전에 선발로 나선 조현우의 패스 성공률은 78.95% 이었습니다. 물론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나 그만큼 김승규의 빌드업이 좀더 낫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입니다.


문제(?)는 조현우가 이번 경기에서 미친 선방을 보여줬다는 것입니다(7유효슈팅 6세이브). 만약 벤투감독이 이번 경기에서 조현우의 빌드업을 어느정도 합격이라고 보고 선방능력을 더 높게 평가한다면 다시 골키퍼 싸움은 처음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 볼리비아전 1대 0 승리, 콜롬비아전 2대 1로 승리하고도 벤투감독이 좋은 소리를 못듣는 이유는 사람들이 기대하던 이강인과 백승호의 국가대표 데뷔가 무산되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전술적, 선수 기용적인 측면 모두 실험을 했고 그 실험의 결과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실험하지 않는다'라는 아이러니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죠.



물론 저 역시 이 두선수가 국가대표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지만 아직 이 두 선수의 실력도, 능력도 검증된 바가 없습니다. 벤투 감독 입장에서도 이 두선수를 빌드업의 기점으로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다른 자원도 아닌 빌드업의 중심이 되는 중앙 미드필더 자원을 쉽게 바꿀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일부 '라리가 1군 선수가 아시아 리거보다 못하느냐'라는 반문이 나오지만 실제로 이 두선수가 1군에서 교체자원으로 안착한것도 아닙니다. 이강인의 경우 출전기회가 오지 않아서 임대를 고려하고 있고, 백승호 역시 교체명단에서 빠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두선수를 '라리가 교체자원급 선수'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들이 많은 상황이죠. 아직도 이 두선수는 유망주에 가까운 자원이라고 보는게 맞습니다.


오히려 이 두선수가 그럼에도 국가대표팀에 뽑혔다는건 그만큼 성장가능성과 능력을 더 높게 평가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애초에 벤투감독은 자신이 확인하지 않은 선수를 절대로 활용하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이번 대표팀 소집으로 경기에 나오진 않았지만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강인과 백승호의 기량을 확인 했을 걸로 보입니다. 6월 A매치는 아프리카의 네이션스컵과 코파아메리카가 예정되어있는 만큼 아시아 국가간의 A매치가 유력한 상황(호주 유력)이기 때문에 이때 좀더 편하게 기용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