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장. 스포츠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서/1) 국내 축구를 바라보기 위한 안내서

카잔의 기적. 독일전 리뷰(gif 주의)

프로여행러 2018. 6. 2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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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상 반말로 작성합니다.


독일전 프리뷰


http://lifetravelers-guide.tistory.com/116?category=639473


선발명단



기성용의 부재. 신태용 감독이 제시한 해답은 정우영과 장현수였다. 그리고 장현수가 앞으로 나가면서 그 자리를 윤영선이 맡음. 그리고 크로스가 부정확한 김민우 대신에 홍철을 기용하면서 역습시 한방을 노리는 전술을 채택.


그리고 전방에는 구자철 기용. 그래서 많은 이들이 변형 4-4-2를 표방한 4-5-1에 가까운 형태라 생각했으나 막상 경기에 들어가서 구자철과 손흥민이 전방에서 활동. 후술하겠지만 이 구자철의 기용은 후방 빌드업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노이어, 훔멜스) 독일 수비진을 견제하기 위함으로 이 전술은 구자철의 교체(56분)까지 상당히 유효했다. 


대표팀은 지속적으로 열세인 경기를 펼쳤다. 사실상 손흥민과 구자철(심지어 구자철도 수비적 역할)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밑으로 내려왔고, 독일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전반을 0대 0으로 끝내고, 후반들어 스웨덴이 멕시코를 앞서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독일은 점점 조급해지기 시작. 마리오 고메즈, 토마스 뮐러, 율리안 브란트까지 가용할수 있는 공격자원을 전부 내놓고 심지어 중앙수비수인 훔멜스까지 전진.


하지만 국가대표팀은 90분 내내 이 파상공세를 훌륭하게 막아냈고, 결국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의 골과 손흥민의 골(주세종 어시스트)로 월드컵 역사상 손에 꼽힐만한 이변을 만들어냄. 스웨덴이 멕시코를 이기면서(3대0)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유종의 미를 넘어 기적을 만든 경기라 할 수 있었다.


선수별 평가


손흥민


국가대표에서 손흥민의 활용법을 명확하게 보여준 경기. 소속팀인 토트넘의 경우, 최고 레벨의 공격수(해리 케인)과 최고레벨의 플레이메이커(에릭센, 델레 알리)가 있기 때문에 굳이 본인이 해결하지 않아도 되고, 견제가 분산되어 자신의 강점인 빠른 돌파와 슈팅을 할 수 있었으나, 국가대표팀에서는 본인에게 견제가 집중되어 실력발휘가 힘들었다.


신태용호는 4-4-2 전방에 손흥민을 배치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 하지만 스웨덴 전에서는 윙어로 내보내면서 손흥민의 공격력이 반감되는 문제를 보였다. 멕시코전부터 손흥민은 다시 전방으로 나오면서 자신의 폭발적인 슈팅을 늘리게 되었고, 이 기조는 독일전에도 마찬가지. 멕시코전 8슈팅(2유효슈팅)에 이어 5슈팅(1유효슈팅)을 기록. 2골을 넣게 되었다.


비록 멕시코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손흥민의 강점을 충분히 볼 수 있는 경기였고, 차후 국가대표팀의 유일무이한 에이스로써 활약을 기대하게하는 모습을 보여줌.


구자철


이번 경기의 언성 히어로. '구자철이 보이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논란이 많은데 구자철은 전방에서 독일 후방 빌드업 대다수를 차단함. 대부분 공격 상황이 한국 진영에서 전개되다보니 구자철은 자연스럽게 카메라 밖에서 활동. 토니 크로스, 외질과 같이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들이 후반들어서 빌드업이 되기 시작했다라는 것 역시 구자철의 교체와 맥을 같이함.


구자철이 59분간 뛴 거리는 무려 7.440km. 이는 71분간 뛰고 교체된 문선민(71분) 8.694와 차이가 크지 않은 정말 엄청난 양. 구자철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몸이 회복이 안될정도로 미친듯이 뛰었다. 전반 0대 0으로 끝낼수 있었던 주역.


문선민


공격과 수비에서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림. 수비에서는 독일 팀의 주축인 킴미히를 정말 지독하게 쫓아다니면서 방어해냄(파울 6개. 팀내 최다).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그야말로 미친듯이 뛰어다니며 수비에 기여함.


공격에서는 위에서 보이는 슈팅찬스 미스 등 슛을 아끼는 부분이 아쉬움. 하지만 첫 월드컵 출전에서 많은 국민들이 바래온 소위 '미친듯이 뛰는'플레이를 보여주며 국가대표팀에서의 경쟁력을 입증.


이재성


패스 : 27회 성공 (81%) 키패스 : 2회 (팀내 최다) 드리블 : 4회 성공 (외질과 더불어 양 팀 최다) 인터셉트 : 3회 성공 태클 : 1회 성공 뛴거리: 12.14km  


이번경기 공격에서 최고의 선수. 기성용이 빠지면서 공격전개를 거의 혼자 담당해야 했고, 이재성은 좌우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면서 돌파했다.


이러면서도 수비가담까지 맹활약했는데, 킴미히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량이 떨어지는 헥토르를 상대하긴 했지만 그 위치에는 로이스도 있었다. 공수 오가면서 최고거리를 뛴 이재성이 없었다면 역습을 위한 공격전개 자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역습이 후반 막판 코너킥으로 연결되며 결국 소중한 선제득점을 만들어 냈다.


비단 이재성은 이번경기 뿐 아니라 이번 월드컵 최고의 언성 히어로. 모든 경기 10km이상 뛰었고, 반대쪽 윙어 파트너의 떨어지는 공격전개능력으로 인해 윙쪽의 공격전개를 사실상 혼자 담당했다. 이번대회 이후 은퇴하는 구자철, 기성용의 뒤를 이은 차세대 국대 에이스가 될 것으로 보임.


정우영



이번경기 또 다른 언성히어로. 전반전 노이어를 위협한 프리킥도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성용의 역할대행. 사실 정우영은 기성용과의 조합이 상당히 좋지 않은 편이었는데, 이번 경기에서 기성용 정도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플랜 B로써의 가능성을 보였다.


수세에 몰려있는 상황에서도 정우영은 최대한 공을 전방에 공급했으며, 기성용의 그것과 다른 자신만의 패스로 안전하게 다른 운반자인 이재성과 손흥민에게 전달했다.


가장 돋보였던 부분은 수비. 중앙 매치업이 무려 토니 크로스와 세미 케디라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둘을 상대로 견제를 해냈다는 것 자체가 정우영의 역할 200%이상을 해낸것과 다름없었다. 기성용 은퇴후 국가대표팀 중앙미드필더 1옵션이 될 것으로 보임.


장현수


오늘 경기 역시 장현수는 불안함을 노출했다. 그리고 '그랬기 때문에' 장현수의 수비형 미드필더 기용은 성공적이었다. 장현수가 수비수일때는 본인이 뚫리면 조현우까지 뚫렸지만, 위에 장면에서 보이듯 본인이 실수하더라도 자신이 최종수비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수습이 가능했던 것.


그리고 지난경기들과 마찬가지로 장현수는 실수를 제외하면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였다. 장현수는 수비형미드필더였으나 사실상 포어리베로의 역할으 겸임했는데, 이러다보니 수비형미드필더 - 수비수의 역할을 오가면서 독일의 공격진을 압박했다. 본인의 어중간한 멀티플레이 능력을 최대한 활용을 할 수 있었던 것.


아쉬운점이라면 후반에 보여주었던 공격전개의 아쉬움과 위험한 실수들인데, 애초에 장현수에게 바라지 않았던 것들이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다 생각.


주세종 & 고요한



이 둘을 묶은 이유는 교체의 맥락이 같았기 때문. 이 둘이 교체된건 후반 70~80분대. 스웨덴이 두번째 골을 넣으면서 스웨덴의 승리가 확정적이었고, 급해진 독일이 공격자원을 투입하며 총공세에 나선 시기였다.


이에 신태용 감독은 중앙에 모인 공격수(베르너, 고메즈, 뮐러)들을 견제하기 위해 중앙을 더 두텁게 쌓기 위한 방안으로 수비형 미드필더가 가능한 둘을 투입. 특히 고요한의 경우 교체되었던 공격수, 황희찬을 다시 교체하는 강수를 두며 중앙 방어에 대한 의지를 보임(물론 황희찬 교체는 부상이라는 것이 신태용 감독의 인터뷰)


그리고 이 선택은 주효했다. 조급해진 독일은 이리저리 공간을 찾았지만 빡빡하게 몰려서 방어하는 미드필더라인과 수비라인을 뚫지 못했고, 결국 노이어가 공격진영까지 올라오다 주세종에게 공을 뺏기는 대참사가 일어나며 손흥민의 두번째 골에 어시스트까지 기록. 고요한은 사이드 쪽을 보강해주면서 수비에 기여. 이 둘은 비록 수비를 위한 교체에 가까웠으나 승리를 위한 조커가 되었음.


이용&홍철


이 둘 역시 최고의 활약. 이용과 홍철 모두 K리그 최고의 윙백들로 두선수 모두 크로스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 3경기 모두 주전으로 뛴 이용은 둘째치더라도 홍철의 선발기용은 의외였는데, 홍철이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 하지만 홍철은 보란듯이 선전했고, 킴미히와 고레츠카를 묶어버리는 수비를 보여줌. 물론 간간히 간격유지에 실패해서 크로스를 허용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투지있는 플레이는 돋보임.


이용의 경우 잘하는 선수의 예상대로의 활약. 이재성의 헌신적인 수비로 본인도 치고 올라가 크로스를 보이기도 했고, 몸을 날린 수비로 독일의 파상공세를 막아냄. 후반 막판 영 좋지못한곳(...)을 맞아 우려를 샀으나 다행히도 무사한듯.


윤영선



장현수의 수비 대안은 '신태용의 페르소나'라고 불리우는 윤영선이었다. 그리고 윤영선은 자신의 월드컵 데뷔무대에서 독일이라는 막강한 상대로 말 그대로 '미친'활약을 보였다. 


윤영선의 플레이스타일은 현명함. 물론 하나의 능력이 탑인건 아니지만 적당한 커맨더형도, 적당한 파이터형도 가능한 수비수.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몸을 날리는 수비를 보여줌. 클리어 6회, 태클 2회, 슛블록 2회 등 얼핏 보면 투지'만' 있는 수비로 보이지만, 실제로 경기 내용을 보면 공격수에게 가는 공을 끊거나 공만 짤라내는 현명한 수비를 보여주었다.


물론 이럼에도 가끔씩 실수를 보이면서 위험한 장면을 노출했으나, 자신이 노출한 실수보다 막은 공이 더 많았다. 


김영권


솔직히 월드컵 직전 A매치에서 장현수의 파트너가 김영권이 되면서 굉장히 우려를 많이 했었다. 두 커맨더형 타입의 수비수의 조합 때문이었는데, 실제로 장현수의 실수가 빌미가 되긴 했으나 김영권 역시 뒷공간을 자주 내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장현수는 예상대로 모습을 보여준 반면, 김영권은 예상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영권은 앞서 말한것처럼 파이터형 수비수에 가까웠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몸을 날리면서 말 그대로 미친 수비를 보여주었다. 1 태클, 5 클리어, 3 슛블록. 파트너인 윤영선과 마찬가지로 몸을 날리는 수비로 독일의 공격진을 번번히 좌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선제골까지 선물하면서 비난속에서도 끝까지 김영권을 기용한 신태용의 믿음에 보답. 국가대표 최고 수비수의 모습을 보였다.


조현우


이번 경기 MOM.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이 대회 전체로 따져도 국가대표팀 MOM. 불과 1년전만 하더라도 K리그 팬들을 제외하면 무명에 가까웠던 이 골키퍼는 고작 A매치 6경기만에 월드컵 주전을 차지하는데 이어 전세계가 주목하는 골키퍼가 되었다.


조현우의 활약은 그냥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미쳤다'라는 이야기가 절로 나올정도의 놀라운 반응속도. 그리고 조현우는 독일전에 이 반응속도의 정점을 찍었다. 몸을 던져가면서 막던 김영권, 윤영선을 간신히 뚫은 독일 공격진에게 마지막에 좌절을 선물해주었다. 


아쉬운점이라면 부정확한 킥능력. 하지만 골키퍼의 기본이 선방능력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이제 조현우가 본 궤도에 올라온지 얼마 되지않았음을 고려한다면 조현우의 전성시대는 이제 시작이다.


조현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코멘트 할 것이 없다. 군문제를 해결하고 빠르게 유럽으로 이적을 바랄 뿐.


총평


개인적으로 2002년 이후 본 최고의 경기. 이미 국가대표 전력에서 이탈해있던 김민재, 박주호, 김진수, 이근호에 이어 월드컵중에 박주호, 기성용까지 이탈한 상황에서 사실상 풀전력이었던 독일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꺼란 것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그것도 2대 0이라는, 16강을 위한 선결조건까지 해결해가면서 말이다.


멕시코가 스웨덴에게 대패하며 우리나라의 러시아 월드컵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현 국대에 쌓여있던 거의 모든 불만을 해소할만한 엄청난 경기였다. 


간혹가다 '선수들이 잘해서 이긴거지 감독이 잘해서 이긴게 아니다'라는 코멘트가 보여 설명하자면, 신태용 감독의 전술은 상당히 유효했다. 완벽하게 내려앉으면서 효과적으로 수비했고, 이 수비가 효과적으로 짜이면서 독일의 조급함을 이끌어내며 결국 승리까지 차지했다. 실제로 독일이 기록한 유효슈팅은 멕시코전보다 적었으며(9개), 독일이 두골을 기록한 스웨덴전보다 하나가 많은 수준이었다(5개).


심지어 뢰브 감독은 스웨덴전에 부진했던 고메즈와 드락슬러를 제외하고 베르너와 고레츠카를 투입하는 등 전술의 유연성까지 발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공격을 무위로 돌려버린 국가대표팀은 말 그대로 '그냥' 잘했다.


선수들은 감독의 전술에 미친듯이 뛰었고, 감독은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 할수 있는 전술을 통해 승리로 이끌었다. 이러한 전술이 진작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웠을 뿐.


이렇게 대한민국은 1승 2패 조 3위로 월드컵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독일전을 통해 다음 월드컵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물론 이 기대감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축구협회 개혁이라는 과제가 남아있지만, 현재 국가대표팀 23인과 모든 코칭스태프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를 줄만한 경기였다.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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