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장. 스포츠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서/1) 국내 축구를 바라보기 위한 안내서

졌잘싸인가 졸전인가. 스웨덴전 리뷰(gif 주의)

프로여행러 2018. 6. 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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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상 반말로 작성합니다.


선발명단 및 포메이션 평가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라인업. 물론 4-3-3 포메이션은 지난 북아일랜드전에서도 차용했던 전술이지만 이 경기때 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현 국가대표팀에 있는 공격수 세명(황희찬, 손흥민, 김신욱)을 모두 출전시켰기 때문. 후술하겠지만 이들 모두 원톱 공격수에는 부적합할 뿐더러 심지어 황희찬의 경우 윙어로 출전. 당연히 경기중 4-4-2로 돌아올것이라 생각했지만 황희찬이 전방으로 돌아오는 것은 정우영이 김신욱 대신 들어온 후반 20분 이후였다.


신태용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와 경기내용을 종합해보면 신태용감독은 전반에는 영혼의 텐백으로 스웨덴의 공격을 철저하게 봉쇄하고 김신욱의 포스트 플레이를 통한 역습을 노리는 전략, 후반에는 이승우나 문선민을 투입해서 빠른 속도로 공격하는 전략이었던 것으로 보임. 하지만 실제로 이 전략은 먹히지 않았고 후반 20분 실점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실패한 전술이 되어버림.


각 선수별 평가


조현우


이번 경기 MOM. 한국팀 뿐 아니라 경기 전체로 따져도 최고의 활약을 했다. 스웨덴의 PK 골 이후 스웨덴이 잠구는 전술로 전환하면서 후반 막판에는 거의 모습을 볼수 없었지만 PK를 허용하기 직전까지의 조현우는 눈부신 선방을 하면서 스웨덴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개인적인 실수도 거의 없다시피했던(PK상황은 어쩔수 없었기 때문) 스웨덴전 최고의 선수.


박주호


크로스는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수비에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줌. 그래서 전반 28분의 부상 교체가 더욱 안타까웠다. 실제로 김민우가 교체투입 되고 패널티킥을 내줌. 박주호라면 상황이 달랐을수도 있었지 않을까 라는 관점에서 보면 국가대표팀에게나 개인에게나 상당히 치명적이었던 부상.


김민우(박주호 교체투입)

수비수에 대한 평가를 실수 하나로만 평가하는건 잔혹한 일일수는 있다. 하지만 그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지고, 그 경기를 터트렸다면 이 실수에 대한 쉴드는 불가능하다.


김민우가 패널티킥을 내준 장면에서 가장 큰 원흉은 단연 장현수. 하지만 분명 막을수도 있는 공격에서 패널티킥을 내준 것은 김민우의 무리한 태클이었다. 결국 이 실점으로 경기의 분위기는 완전히 끝났고 한국은 패배했다.


이후 김민우는 투지넘치게 뛰어다녔지만 결국 한건 없었다. 


장현수&김영권



미리 말해두는 거지만 이 둘의 활약도가 비슷해서 묶은 것이 아니다. 실제로 김영권은 투지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주었지만, 장현수는 박주호의 부상과 패널티킥을 내주는 결정적인 패스 미스를 저지르면서 상반된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경기 기여도로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 둘을 묶은 이유는 수비전술의 문제점을 이야기 위함. 대부분 중앙수비수는 파이터형 - 커맨드형으로 구성하게 된다. 라인조절과 공격진과의 몸싸움을 동시에 잡기 위함인데, 국가대표팀의 경우 김민재 부상 이탈전까지는 김민재 - 장현수의 조합으로 수비진이 주전이었다. 하지만 김민재 부상이후 쓰리백이나 포백을 실험하던 신태용호는 평가전 막바지에 김영권 - 장현수라는 두명의 커맨드형 수비수를 쓰는 조합을 내놓게 된다.


http://lifetravelers-guide.tistory.com/51?category=639473


개인적으로 예전에 스웨덴전에 장현수를 기용하면 안된다는 요지의 글을 쓴적이 있는데, 가장 큰 이유로 꼽은것이 스웨덴이 중앙에 피지컬이 좋은 공격수를 놓고 크로스로 공격하는 루트를 자주 이용하기 때문이었다. 장현수가 수비라인 조율은 좋지만 수비력이 부족한 수비수라는 것을 감안하다면 장점을 죽이는 조합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 실제로 스웨덴은 한국과의 경기에서 단 한번의 오프사이드만을 보여줬을 뿐 대부분의 공격을 크로스와 문전에서의 2대 1 패스 등으로 풀어나갔다.


만약에 김영권의 컨디션이 좋다는 것을 알았다면 장현수 대신에 김영권을 커맨드로 쓰고, 오반석이나 정승현과 같은 파이터형 수비수를 넣는쪽이 더 효과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이 되니 대표팀에 최종 탈락한 권경원이 더욱 아쉬워질 따름. 결국 국가대표팀은 스웨덴에게 계속해서 크로스와 슈팅을 허용했고, 이를 조현우와 김영권이 신들린 선방과 투지있는 플레이로 막아냈지만 결국 장현수의 패스미스가 빌미가 되어 실점하게 되면서 신태용 감독의 수비전략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이용


원래는 이런 선수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용의 플레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 물론 공격전개 과정에서 눈이 썩는 크로스는 공격에 찬물을 끼얹기 충분했지만 이용의 이번경기 가장 중요한 임무가 스웨덴의 포르스베리를 봉쇄하는 역할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낙제점까지는 아닌 수준.


다만 본인의 컨디션이 나빴던건지 아니면 갑자기 크로스가 안맞았던건지 평소 굉장히 양질의 크로스를 올리던 이용 답지않은 크로스가 너무 많이 나왔다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 결국 믿었던 이용의 크로스까지 영점이 나가면서 좌우 윙백의 크로스는 스웨덴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음.


기성용& 정우영(김신욱 교체투입)


기성용에 대한 평가는 애매 중앙수비까지 내려와서 커버링 해주는 모습은 좋았고, 조금은 위험했지만 패널티지역 안에서 태클 역시 좋았다. 하지만 기성용의 강점인 후방에서의 쓰루패스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아쉬웠던 점.


실점 전까지 스웨덴의 공격진은 분명히 라인을 올리는 상황이었고, 손흥민과 황희찬이라는 발빠른 공격수가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런 스루패스는 효과적이었을 수 있었으나 후방에서 한방을 노린 롱패스가 거의 없었다는건 아쉬웠던 점.


추가적으로 정우영 역시 후방에서의 빌드업을 목적으로 들어왔으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줌.


구자철


이번경기 최악의 플레이어중 한명. 미드필더로써 수비도 되지 않았고, 공격은 저 헤딩 장면 딱 한번뿐이었다. 심지어 그간 강점으로 꼽히던 활동량 까지 급감했다. 구자철이 74분간 기록한 8.264km의 거리는 수비수인 장현수(8.678km), 김영권(8.808km)보다 더 낮다. 


기성용과의 조합이 안맞는다는 것은 둘째문재로 치부하더라도 어느순간부터 본인의 장점이 다 사라져버림. 경기중에 구자철에게만 공이 가면 템포가 끊어져버리고, 전개속도가 확연하게 줄어버림. 이제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골을 노리는게 전부인 선수가 되어버린듯.


이재성


개인적으로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는 이재성이라고 생각했고, 권창훈까지 낙마하면서 가장 기대를 했던 선수. 하지만 이재성의 플레이는 여러모로 아쉬웠다.


우선, 우측으로 빠지면서 이용과 함께 포르스베리를 위시한 좌측의 공격전개를 막아낸 점은 좋았다. 하지만 본인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전방에서의 공격전개는 여러모로 아쉬움. 특히 드리블이나 볼 트래핑 등에서는 아쉬운모습을 많이 노출함. 그나마 국가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거리(10.789km)를 뛰며 공수 양면에서 활발하게 움직였으나 생각보다 결과는 좋지 않음.


이승우(구자철 교체 투입)


여담이지만, 필자가 친구와 함께 경기를 보던 치킨집에서는 이승우가 투입되자 환호성이 나왔다. 그만큼 이승우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사실 이승우는 시간이 짧기도 했지만 거의 활약하지 못했다.


물론 과감한 슈팅과 크로스는 칭찬할만 했으나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크랙'으로써의 모습은 아직은 부족한 느낌. 하지만 전체적으로 침체되어있는 국가대표 분위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승우는 제 몫을 했다는 것이 개인적인 평가.


황희찬

황희찬은 본인이 익숙하지 않은 윙어로 나왔고, 절반의 성공은 거두었다. 바로 수비의 위치에서 상대 윙어들을 철저하게 견제하는데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


하지만 본인의 본 포지션으로 나오지 못해서인지 공격에서의 날카로움은 조금 부족한 느낌. 결국 골을 허용하고 투톱 공격수로 올라온 이후에 본인의 날카로움이 살아났고, 후반 막판에는 아쉬운 헤딩까지 기록하며 스웨덴의 골문을 위협했다. 여전히 손흥민과 호흡에서는 물음표에 가까웠으나 국가대표팀 공격수 중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것이라 생각.


김신욱

이번경기 최악의 플레이어 중 한명.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선수 자체의 잘못보다 신태용 감독의 잘못이 더 커보임.


김신욱의 경우 위의 짤에서 나오는 헤딩 이후 이렇다할 활약을 못했는데, 가장 큰 원인은 대표팀이 라인을 최대한 내렸기 때문. 게다가 발도 빠르지 않은 선수를 텐백 후 역습이라는 전술을 썼으니 후술할 손흥민의 빠른 역습에도 따라가지 못하게 됨. 


게다가 김신욱은 키가 큰 원톱스타일의 공격수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신을 보조하는 공격수가 있을 때 가장 큰 활약을 하는 투톱형 공격수에 가까움. 상당히 이용이 까다로운 공격수 스타일에 속하는 편임. 게다가 국가대표에서 골을 넣었던 시기를 살펴보면, 압도적으로 투톱 파트너로 이근호가 있었던 경우가 많음(자메이카, 라트비아, 일본 전). 즉, 이미 이근호라는 파트너가 탈락한 상황에서 김신욱의 활용도는 급락하게 되는 것.


http://lifetravelers-guide.tistory.com/99?category=639473


석현준에 대한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음. 개인적으로 석현준을 기용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한 것은 신태용호가 공격수는 투톱으로 갈 것이라는 것을 확정 지었다고봤기 때문임. 따라서 원톱공격수인 석현준을 활용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 역시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음. 하지만 이번 경기처럼 원톱을 쓸 생각이었다면 석현준을 왜 포기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갈 수 밖에 없음.


결국 본인의 컨디션 못지 않게 본인이 맞지 않는 전술을 쓴 탓에 김신욱은 저조한 활약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 게다가 김신욱, 황희찬, 손흥민을 모두 선발기용하면서 지고있는 상황에서 쓸 공격수가 부족해져버린 것을 감안한다면 김신욱 선발기용은 신태용감독의 가장 큰 실수로 여겨짐.


손흥민


이번 경기 손흥민에게서 나왔던 유일한 클래스가 느껴진 장면. 그리고 이 장면은 신태용의 전술이 왜 실패한 전술인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손흥민이 빠르게 우측을 치고 나가는데 김신욱의 경우 느린 속도로 인해 따라가지 못했고, 다른 선수들 역시 따라가지 못함. 손흥민이 플레이메이커 기질보다는 공격수 기질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조합 역시 잘못되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줌.


국가대표팀의 4-4-2가 효과적이었던 이유는 손흥민을 제외하고 이근호, 이재성, 권창훈이 공간을 확보해주는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인데, 이중 둘이 부상당하고 이재성 혼자서 하려니 상당히 힘들어 진다는 것이 드러남. 차라리 이승우라도 선발출전 시키는 쪽이 더 나았을것이라는 생각.


물론 손흥민 역시 잘못이 없는것이 아닌게,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손흥민은 사실상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 국가대표팀의 에이스이고 가장 클래스가 높은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은 결국 어느정도 여건이 만들어져야 좋은 플레이가 나온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 이런 부분에 대해서 커리어 내내 국가대표는 박지성과의 비교가 계속해서 이뤄질것이고, 본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어느정도 플레이 스타일의 다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임.


총평


http://lifetravelers-guide.tistory.com/110?category=639473


프리뷰에서도 썼지만 스웨덴의 공격력은 약하고 수비력은 강했다. 다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스웨덴의 경기력은 좋지 않았고, 조현우의 선방으로 우리가 승리를 가져갈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초반부터 잘못된 준비와 전략, 좋지못한 스웨덴의 경기력 이상으로 나쁜 우리나라 선수들의 실력들이 맞물려 결국 유효슈팅 0라는 패배를 당하게 됨.


개인적으로는 뽑히지 못했던 권경원이나 석현준, 부상으로 낙마한 김민재, 염기훈, 이근호, 김진수 등의 대표선수들이 너무 안타까운 경기였음.


그리고 F조에서 약체에 속하는 스웨덴을 이기지 못함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16강 진출확률은 0에 수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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