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장. 스포츠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서/1) 국내 축구를 바라보기 위한 안내서

부상자 속출하는 국가대표팀. 신태용의 플랜 B?

프로여행러 2018. 5. 2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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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가대표팀에 악재가 끝이지 않고 있습니다.


주전급과 준주전급 가리지 않고 부상이 속출하고 있는데, 이 부상의 심각성은 가장 최정예로 구성했던 지난 3월 국가대표명단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한국 축구대표팀 3월 유럽 원정 평가전 명단(23명)


GK=김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조현우(대구)

DF=홍정호, 김민재, 김진수, [최철순], 이용(이상 전북) 장현수(FC도쿄) 윤영선, 김민우(이상 상주)

MF=기성용(스완지 시티) 정우영(빗셀 고베) 박주호(울산) [이창민(제주)] 권창훈(디종)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이재성(전북) 염기훈(수원)

FW=김신욱(전북)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 이근호(강원)


대괄호를 친 선수는 예상 명단 제외, 줄을 친 선수들은 부상으로 명단이 제외된 선수들입니다. 불과 2개월만에 주전 명단에서 7명이 빠지게 된 것이죠. 그것도 주전급 선수들인 권창훈, 김민재, 김진수 등이 빠지게 되면서 기존 4-4-2 포메이션은 폐기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4-4-2의 기반이 되는 것은 손흥민과 그 파트너(이근호 or 황희찬)의 유기적인 플레이, 그리고 이재성과 권창훈이라는 창의성이 넘치는 윙어들의 조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이 축인 이근호와 권창훈이 빠지면서 4-4-2 조합은 계획부터 다시 짜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콜롬비아전 당시에는 빠졌지만 중앙 수비의 핵인 김민재가 부상으로 이탈, 주전 왼쪽 윙백이었던 김진수 역시 부상으로 합류가 불투명해지면서 국대의 플랜 A는 사실상 힘들어졌습니다.


물론 무리하면 4-4-2를 못쓰는 것은 아닙니다. 투톱에는 황희찬을, 권창훈 자리에는 구자철, 이승우나 이청용을, 김진수 자리에 홍철을 기용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구성하기에는 소속팀에서 거의 경기를 뛰지 못한 이청용과 이승우의 경기력은 의문을 갖기에 충분합니다. 게다가 구자철의 경우는 중앙 미드필더. 윙어로써의 활약은 미지수에 가깝습니다. 김진수의 대안으로 꼽히는 홍철은 김진수에 비해서도 수비력이 나쁜 편입니다.  


결국 수비력이 약한 국가대표 수비진을 보강하고, 남아있는 국가대표팀의 핵심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 할 수 있는 포메이션을 구상해야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국가대표 핵심선수들을 꼽으면 손흥민과 황희찬, 기성용, 구자철, 이재성입니다.


먼저 손흥민과 황희찬입니다. 이 둘은 공격수로 분류되지만 전형적인 원톱형 공격수는 아닙니다. 손흥민은 윙어로 분류, 황희찬의 경우는 아직 어린선수인데다가 소속팀(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투톱에 더 익숙한 선수이죠. 실제로 이 둘이 원톱으로 나왔을때의 경기력은 본 포지션(손흥민 - 윙어, 황희찬 - 투톱 공격수)때 보다 확연하게 하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이둘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격진은 투톱으로 가야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재성의 경우에는 권창훈과 더불어 미드필더에서 창의성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이재성은 권창훈과 더불어 멀티포지션이 가능한 선수입니다. 현 4-4-2처럼 윙어로 출전할수도, 소속팀인 전북에서처럼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할수도 있습니다. 피지컬의 단점이 있지만 충분히 보완이 가능한 수준이고 국가대표 포메이션이 어떤 것이라도 잘 적응 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현재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과거와 현재인 구자철과 기성용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기성용의 경우 국가대표팀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핵심 축이고, 단 한번도 중심이 아니었던적이 없는 핵심 선수입니다. 


구자철 역시 국가대표 65경기 출전 19골을 기록하고 있는 국가대표 핵심 축이었습니다.


이 둘의 경우, 2008년 데뷔부터 지금까지 서로 국가대표팀 주장을 역임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금까지 국가대표팀 감독들의 골머리를 썩게한 주역입니다.


같은 미드필더지만 확연히 다른 스타일 때문에 공존이 어렵기 때문이죠.


기성용은 레지스타(딥라잉 플레이메이커)에 가깝습니다. 후방에서 공을 전방으로 찔러주는 역할이 뛰어난 선수입니다. 반면에 구자철은 많이 움직이면서 공격전개속도를 높이며 공격하는 타입입니다. 이 둘을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하려는 시도는 계속 있어왔으나 이런 상충되는 스타일로 인해 번번히 실패 했습니다.


결국 이 해결책이 나왔던 것은 구자철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기고, 기성용이 후방에 레지스타로 기용함과 동시에 기성용의 수비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선수를 배치하면서였습니다.



이 해법으로 인해 국가대표팀이 4-5-1을 계속해서 쓰게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불과 지난해 슈틸리케 감독 시절까지도 4-5-1은 국가대표팀의 붙박이 포메이션이었죠.


문제는 이런 포메이션의 단점이 압박에 굉장히 약하다는 점입니다. 구자철, 한국영은 게임을 풀어내지 않으니 기성용을 막으면 게임 자체가 막혀버리게 됩니다. 더욱이 기성용 자체가 활동량이 적은데다가 양쪽 윙 자체가 공격적인 선수들을 배치(이청용, 손흥민)하면서 양쪽 윙이 탈탈 털리는 상황이 오는 것이죠.


그럼에도 구자철을 꾸준하게 공격형 미드필더로 쓰는 가장 큰 원인은 구자철의 공격력 때문이었습니다. 당시에 공격수라고는 투톱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김신욱, 그때도 나이가 많았던 이동국, 경기출전을 거의 못했던 박주영 등 득점력과는 거리가 먼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슈틸리케호 들어서는 아예 중앙공격수의 공격력을 포기, 연계가 강점인 공격수(이정협, 황의조 등)를 기용하는 모습도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신태용호 들어오면서 손흥민이 들어온 투톱과 양쪽 윙어를 기반으로 한 공격력이 살아나면서 구자철의 활용이 상당히 애매해지게 됩니다. 4-4-2를 쓰자니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가 없고, 윙어는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신태용감독은 세르비아전에 공격수로 기용하기도 했지만 경기력은 좋지 않은 결과를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국가대표에 몇 없는 유럽리그 주전선수인 구자철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아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부상자 속출로 인해 구자철에게 또다시 기회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까지 국가대표 중심 선수들을 중심으로 보면 가장 유력한 포메이션은 3-5-2입니다. 황희찬 - 손흥민 투톱을 위해서 투톱을 써야하는데 권창훈의 이탈로 양측 윙어를 둘수 없다면 남은 선택이 이것 뿐이긴 하죠.


현재 해외 클럽팀 중에서 3-5-2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팀은 바로 첼시입니다.



지난 FA컵 결승에서 3-5-2를 틍해 우승하는 등 첼시는 시즌중에도 3-5-2를 적극 활용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3-5-2 포메이션은 중앙수비수 셋, 중앙 미드필더 세명을 세우면서 중앙을 단단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반대로 그만큼 측면이 약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빈약해지는 측면을 보완해줘야 하는 것이 바로 중앙미드필더 라인의 역할입니다.


보시는 첼시의 경우, 바카요코와 캉테가 활동량을 통해(특히 캉테) 공격을 저지하고 파브레가스가 공격을 풀어주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왕성한 활동량이 필수인데, 다행히도 구자철과 이재성 모두 활동량에 


그래서 3-5-2의 핵심은 좋은 윙백이 있느냐도 있지만 얼마나 중앙 미드필더 라인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느냐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다행히 이재성과 구자철 모두 활동량이 좋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적합할 수 있는 조합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우리나라 국가대표의 핵심 선수들 중 세명(이재성, 구자철, 기성용)은 중앙미드필더를 볼수 있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기성용과 구자철의 조합이 맞지 않고, 이재성 역시 공격적으로 치고 나가는 스타일의 선수이기 때문에 이 셋의 조합은 수비적인 문제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3-5-2를 쓰면 한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는데, 현재 부상으로 얇아진 국대 스쿼드를 감안한다면 굉장히 아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해법은 있습니다. 물론 이 해법은 이론적인 해법에 가깝습니다만, 기성용을 중앙수비수로 기용하는 방법입니다. 실제로 롱패스에 능한 기성용이기 때문에 이런 포어리베로 역할 역시 기성용에게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기성용을 중앙 수비수로 기용하게 된다면 이재성과 구자철, 그리고 전문 수비형미드필더(주세종이 유력)로 세명의 미드필더를 구성하게 됩니다. 그러면 밀도있는 미드필더 운용과 활동량을 동시에 잡을 수 있게 되죠.


문제는 기성용의 중앙수비수 기용의 현실성인데, 실제로 많은 감독들이 기성용의 중앙수비수 기용을 고민하고 시행해왔습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기성용의 중앙수비수 기용을 처음 국대에서 시행했던 감독이 신태용 감독입니다.



때는 홍명보호가 월드컵에서 탈락하고 있었던 우루과이와 평가전이었습니다. 당시 신태용 감독은 임시감독이었지만 공격적인 전략으로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신태용 감독은 기성용을 포어리베로로 기용하는 3-4-3 전술을 내놓았습니다.


당시에 1대 0으로 패배했지만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치면서 호평을 받았었습니다.


기성용이 중앙 수비수로 내려앉으면서 또다른 창의적인 플레이메이커인 이명주의 플레이도 살게 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만약 3-5-2를 쓰게 된다면 현재 국가대표 팀에서는 이런 식의 포메이션이 가장 유력할 것입니다.


 FW: 손흥민 - 황희찬

 MF: 이재성 - 구자철 - 주세종

 WB: 김민우(박주호)                                고요한

 DF: 권경원 - 기성용 - 장현수



이런 식으로 기용이 된다면 기성용이 중간중간 올라가서 다이아몬드 4-4-2와 같은 형태로 공격을 전개 할수 있고, 무엇보다 높은 활동량을 통해 압박에 강한 전술 역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권창훈과 김민재, 김진수라는 4-4-2의 축들이 보여줬던 좋은 경기력이 그리운 상황입니다. 특히 권창훈과 김민재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더 좋은 곳으로의 이적도 가능한 상황이라 아쉬움이 배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이 4-4-2를 처음 적용시키며 성공을 거두었듯이, 3-5-2든 다른 포메이션이든 짧은 시간이지만 다시 방법을 찾을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방법이야 어찌됬든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다른 플랜 B를 빠르게 찾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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