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투자를 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서

일본 경제가 망할까. 대두되는 아베 노믹스의 실패론

프로여행러 2019. 8. 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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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근에 한일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 대항해서 한국 정부 역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켰고 아직도 국내에서는 불매운동이 더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일각에서 재밌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해 무역제재를 건 것이 아베노 믹스의 실패를 묻기 위함이고, 아베노믹스의 실패와 현재까지 쌓여있는 일본 경제의 문제로 인해 일본 경제가 곧 망할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일본 경제의 현황과 향후 일본경제의 미래에 대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현재 일본 경제가 망할것이라고 보는 의견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124556

 

아베노믹스의 ‘세 발의 화살’이 한국 무역제재 원인 - 시사위크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한국 무역규제 조치를 시작으로 한일 간 갈등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미 지난 12일 한국을 안보상 우호국가인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시키...

www.sisaweek.com

일본은 속칭 '잃어버린 30년'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미 1980년대 일본경제는 붕괴되었고 일본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세계 시총 상위 50개 기업중 30개가 넘는 회사를 일본회사로 도배할정도의 호황기를 다시 오게하는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일본은 버블경제의 몰락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래서 아베는 '아베노믹스'라는 경제정책을 시행중인데, 이 정책은 강력한 양적완화, 엄청난 부채를 감수하는 부양정책, 그리고 거시적 구조개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개의 항목 중 두개의 항목에서 볼 수 있듯 아베노믹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양적완화입니다. 즉, 시장에 돈을 풀어서 경제문제를 해결한다는 미국식 해법을 따르는 것입니다.

미국의 5년간 경제성장률

실제로 미국은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 이후 1%대의 저성장을 겪던 시기에서 벗어나면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가능한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공격적인 재정정책(양적완화)이 큰 기여를 했습니다.

양적완화는 단순하게 말하자면 돈을 무한정 찍어내서 시장에 돈을 뿌리는 정책입니다. 시장에 돈을 풀기 위해서 정부에서 국채와 민간 채권을 닥치는대로 구매하게 됩니다. 이런식으로 하면 화폐 발행량이 늘면서 화폐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유동성이 높아집니다. 낮아진 화폐가치를 통해 자국 제품의 경쟁력을 높일수 있습니다. 화폐가치로 인해 수입물가가 상승하게 되니 디플레이션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만 이 좋아보이는 정책을 다른 국가에서는 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시장에서 너무 많이 뿌려진 화폐를 회수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죠. 가령 우리나라에서 양적완화를 한다고 가정한다면 급격한 물가상승을 초래하고 화폐가치가 바닥이 될 수 있습니다. 화폐는 역시 최대한 많이 사용해야 가치가 올라가는데, 문제는 원화 자체가 한국내에서만 쓰이기 때문에 한계치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런식으로 하면 화폐가치가 급락하는건 시간문제가 되고, 극심한 인플레이션의 위협이 커지게됩니다.

미국 양적완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달러화가 미국 내에서만 통용되는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화폐라는 점이 컸습니다. 달러화는 사실상 세계 공통 통화이자 실질적으로 석유 매매 등 원자재 시장에서는 기준이 되는 화폐입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내에서 무한정 달러를 뽑아내도 다른 국가에서 써주기 때문에 화폐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일본 엔화의 경우도 미국과 '비슷'합니다. 엔화 역시 미국달러 정도는 아니지만 IMF의 특별인출권을 보장받는 다섯개의 화폐(달러, 유로화, 파운드, 위안화, 엔) 중 하나이며 엔화가치의 안정화로 인해 금과 더불어 손꼽히는 안전자산입니다.

단, 일본의 엔화는 달러화만큼의 파급력을 갖지 못합니다. 일부 투자업계나 정부에서 안전자산이나 외화보유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이런 자산들은 대부분 돌지 않는 돈입니다. 유동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이죠. 이런 이유에서 아베노믹스의 실패는 예견된 것입니다.

실제 아베노믹스는 여러곳에서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에 엄청난 양의 엔화가 풀리면서 어떻게든 유동성을 만드는것을 성공했지만, 정작 이를 통해서 해결했어야 할 경제적 생산성 증대는 이루지 못했습니다.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19081454571

이 정책에서 가장 중요했던 점은 정부에서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는 동안 일본의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인데, FANG(Facebook, Amazon, Netflix, Google)으로 대표되는 대형 IT 기업들이 성장한 미국과 다르게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신산업 개척에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7년이나 아베노믹스라는 이름하에 시장에 무분별하게 뿌려진 돈들은 결국 후폭풍을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더이상 시장에서 양적완화에 반응을 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죠.

최근 10년간 엔달러 환율. 네모는 아베노믹스 이후

앞서 설명드렸다시피 아베노믹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양적완화를 통해 엔화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책후 몇년간은 이 정책이 효가적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실제 엔화가치는 절반가까이 떨어지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2017년부터 이런 상황이 삐걱거리기 시작합니다. 물론 당시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 등 대외적인 이슈가 있었지만 문제는 그 이후로도 엔화강세가 지속되었다는 것이죠. 저 와중에도 일본의 양적완화는 계속 되었는데 대외적인 이슈가 개입한 상황을 제외한다면 엔화가치는 계속 강해졌습니다.

전분기대비 일본의 경제성장률

가장 큰 문제는 이 상황에서 일본 경제가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새로운 산업동력을 찾지 못했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은 일본은 극약처방을 했음에도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일본의 경제상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경기 부양책이었던 아베노믹스가 실패로 돌아가고 현재 경제상황이 더 악화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본경제 패망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결국 이 상태를 견디다 못해 일본은 한국에 무역 전쟁을 걸었고, 이게 자충수가 되어 무너질거라는 것이 주된 논리입니다.

갑자기 왜 우리나라에 태클을 거냐라고 반문할수 있는데, 애초에 우리나라와 일본은 경제의 수익구조가 유사합니다. 여기에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기점으로 탄탄하던 내수시장이 아닌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체계가 바뀌고 있습니다(20년간 일본 gdp 중 수출 기여율 21% -> 45%, 가계소비 기여율 40%-> 20%). 이제 일본은 수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된거죠.

이런상황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격차는 우리가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좁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일본과의 경제력 규모 자체는 아직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만(명목gdp 일본 5조달러, 한국 1조 6천억 달러)위의 표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세부지표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격차를 착실히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주장에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견제하기 위해 무역제재를 걸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이죠.

굉장히 길게 썼는데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거품경제의 몰락 이후 잃어버린 30년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의 반등 기미는 보이지 않고, 여기에 아베노믹스라는 부작용이 수반되는 강력한 경제정책까지 실패하고 그 역효과가 나기 시작하면서 경제가 무너질 위기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본 경제가 무너진다는 것은 얼마나 현실가능한지가 관건인데, 제 결론은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선 일본경제는 망했다 망했다해도 전세계 gdp 3위에 해당합니다. 물론 2위인 중국과의 격차는 이미 두배 이상 차이가 나기 시작했고, 독일과의 격차는 약 1조달러 정도의 차이로 좁혀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거대한 경제 국가입니다.

2018년 기준으로 일본의 수출품목을 살펴보면 자동차가 20.9%, 기계 및 컴퓨터가 20.1%, 전기기기 및 부품이 14.8% 순입니다. 이러한 점은 일본 경제의 강력한 기반을 보여주는 것인데, 일본은 자동차와 같은 완제품 판매 보다도 기계와 전기기기 등 B2B에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장 우리나라와 무역분쟁에서 일본이 제어한 부분 역시 소비재가 아닌 생산재(불화수소가스 등)였죠.

물론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부분인 자동차는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 시대에서 부진한 모습(2019 자율주행차 기술순위 9위 도요타 10위 르노-닛산-미쓰비시, 15위 현대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기존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은 여전히 상위 10개 브랜드 중 3개에 이름을 올리는 등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강력한 경제적 기반 외에도 일본의 또 다른 숨겨진 강점은 다름아닌 엔화입니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는 화폐는 달러화지만, 엔화는 유로화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화폐입니다. 그 뒤를 영국 파운드화, 그리고 중국 위안화가 진입하게 될 것이 유력하죠.

그런데 미국 달러를 제외하면 유로화와 파운드화는 브렉시트나 유럽 경제 위기 등 외부 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고, 중국 위안화의 경우는 중국 정부에서 화폐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신뢰도의 문제가 아직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일본 엔화는 미국 달러의 위기가 있을때 투자받는 안전자산으로써의 가치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물론 안전자산이라고 하면 금도 만만치않게 주목받지만 안전자산 역시 분산투자를 한다는 점을 볼때 엔화는 상당히 이 부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의 붕괴를 논하려면 장기적인 디플레이션, 고령화 등 일본이 지금까지 일본이 겪은 경제적 문제들 이상의 큰 문제가 생겨야 합니다. 물론 아베노믹스의 실패로 인한 과도한 엔화유통과 여러군데서 파열음을 내는 경제는 분명히 위기상황이지만 이것만 보고 일본 경제가 망한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일본경제가 본격적으로 위험해지는 시기는 도쿄올림픽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거에는 전세계인의 축제라는 명성을 가진 올림픽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올림픽은 국가적인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사가 되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올림픽을 위해서 지어진 운동시설들이 더이상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올림픽의 저주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죠.

물론 일본과 같이 이전에 올림픽을 개최했던(1964년 도쿄 개최) 국가들의 경우 비용적인 측면을 아낄 수 있으나, 아시다시피 일본은 원전사고의 후유증을 씻는다는 명분하에 후쿠시마에 야구장 등 올림픽 시설을 짓고 경기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게다가 아베정부는 도쿄올림픽을 자신들의 정치적인 홍보무대로 쓸 생각으로 엄청난 자원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그 결과 올림픽 조직위가 올림픽 유치 당시 계획했던 예산은 73억달러(약 8조6000억원)였으나 교통 인프라 등에 지출이 커지면서 예산은 기존 3배가 넘는 250억달러로 치솟았습니다. 과거처럼 일본 경제가 폭풍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최근에 있었던 올림픽을 치룬 영국과 브라질의 경제상황이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는 것을 본다면 일본 경제에 올림픽 자체가 타격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이게 결정적이기 보다는 타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어보입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본다면 분명 세계 최상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일본이기 때문에 무너지는게 금방 이뤄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분명 일본의 경제는 위험 수준에 도달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묘수를 찾지 못한다면 정말 위험할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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