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장. 스포츠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한 안내서/2) 야구를 보기위한 안내서

한화의 눈물.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 명단 리뷰

프로여행러 2021. 6. 1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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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총 11명. 우완 5명, 우완 사이드암 3명, 좌완 2명. 누가봐도 우완쪽에 쏠린 엔트리가 나왔다.

 

이러한 엔트리가 나온 이유는 리그에 좌완이 극단적으로 부족해졌기 때문. 당장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즈), 양현종(텍사스 레인져스)이 메이저리그로 이적하면서 출전이 불가능해졌고, 차세대 좌완 선발로 주목받던 구창모(NC), 함덕주의 부진으로 인해 리그의 좌완 투수는 씨가 말랐다. 

 

실제 현 KBO에서 리그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는 좌완은 삼성 백정현(war 1.74, 5승 4패 2.88), 키움 김성민(war 1.69 1.15) 뿐이며 불펜으로 범위를 넓혀도 한화 정우람(war 0.9 2.75) 정도 뿐이었다. 

기아 이의리

하지만 이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제 부상에서 복귀한 차우찬, 그리고 올시즌이 데뷔시즌인 이의리를 뽑은건 상당히 의외.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팀이 우완 중심으로 갈 예정이고 이 둘의 선발출전은 사실상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닥 이슈가 되지 않았다. 

삼성 원태인

1선발이 유력한 원태인(war 2.79, 8승 3패 2.51)은 현재 국내 선수 중 가장 폼이 좋은선수이며 최원준(war 2.29 6승 2.57), 박세웅(war 1.86 3승 3패 3.88) 역시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이들이 선발의 주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고영표(war 1.46 5승 2패 3.30)도 사이드암 선발이 두명이 된다는걸 제외하면 크게 이상할것 없는 상황.

키움 조상우

논란이 된건 나머지 투수진. 김민우(war 1.20 7승 4패 4.04)와 한현희(war 1.24 5승 1패 3.29)의 경우 선발의 한축을 맡기에는 의문인 상황이고 무엇보다 불펜에 뽑힌 조상우(war 0.01 4.74)는 올시즌 부진이 매우 심각한 상황. 마무리는 고우석(war 1.35 1.88)이 보면 되는 상황에서 굳이 뽑을 필요가 있었을까 의문이 드는 상황. 그리고 후에 언급하겠지만 야수를 한명 더 뽑으면서 투수의 부족을 야기했다.

한화 강재민

이러한 이해할수 없는 선발로 인해 리그에서 가장 파괴력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불펜투수인 강재민(war 2.24, 0.55)이 명단에서 빠지게 되었고 앞서 언급한 김성민(키움), 정해영(기아), 홍건희(두산) 등 리그 수위급 불펜들을 활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김경문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투수들이 긴 이닝을 던져주면 좋겠지만, 짧게 던지면서 경기를 운영할까 생각한다'라는 이해할수 없는 발언으로 엔트리 논란에 불을 지폈다.

 

내야수: 포수 2명, 내야수 8명으로 누가봐도 많이 뽑은 엔트리. 아시안게임(8명), 프리미어12(9명)와 비교해도 분명히 많은 수치이다. 특히 엔트리 제한이 빠듯한 올림픽이라 더 이해가 안가는 상황.

양의지(좌)와 강민호(우)

포수의 경우 현재 리그 최고포수인 양의지(war 2.86, ops 1.076, wrc 184.7)와 올해 반등에 성공한 강민호(war 1.88 ops .903, wrc 137.8)이 선발. 박동원(war 2.20, ops .986, wrc 162.5)이 우위에 있었으나 강민호가 뽑힌 부분 역시 아쉬운 상황. 특히 타격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하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있었으니 바로 내야수. 빡빡한 엔트리에 포지션별 두명씩 뽑는 이해가 안되는 구성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속에 있는 선수들이 이해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1루수는 당연히 뽑혀야 되는 강백호(war 3.03, ops 1.055, wrc 184.4)가 뽑혔는데 여기에 더해 오재일(war 1.12, ops .958 wrc 143.3)이 같이 뽑혔다. 강백호의 수비가 불안하다보니 뽑힐 수 있는 인선이었다.

한화 정은원

2루수는 박민우(war 0.74, ops .716 wrc 93.2)와 최주환(war 0.91, ops .821, wrc 118.1)이 선발되었다. 2루수를 두명이나 뽑는것도 비상식적인데 이 두명중에 올시즌 최고의 2루수인 정은원(war 2.33, ops .857, wrc 141.3)이 탈락한것도 이해가 안되는 상황. 심지어 최주환이 부상 복귀 후 성적이 그닥 좋지 않다는 점, 그리고 박민우 역시 성적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상황.

kt 심우준

유격수는 오지환(war 0.75 ops.677 wrc 86.4)과 김혜성(war 1.73, ops.705, wrc 92.5)이 뽑혔다. 여전히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오지환, 그리고 유격과 2루, 유사시엔 외야까지 멀티 포지션이 되는 김혜성의 조합자체는 나쁘지 않다. 다만 2루수를 두명이나 뽑아놓고 김혜성을 또 뽑는 거 자체가 이해가 안되는 부분. 이렇게 뽑을꺼면 공수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는 심우준(war 1.51, ops .837, wrc 117.4)을 뽑아도 될뻔 했다. 게다가 김경문 감독 본인이 뽑지 않겠다고 공언한 선수를 이제와서 뽑는 앞뒤가 안맞는 모습까지 보였다.

 SSG 최정

3루수에 허경민(war 1.53, ops .797, wrc 120.6)과 황재균(war 0.99, ops.837, wrc 130.6)이 나란히 뽑혔다. 허경민은 내야 전체 유틸이 가능한선수이고 황재균 역시 1루까지도 볼 수 있는 자원이다. 문제는 이렇게 유틸만 잔뜩 봅은 상태에서 타격에 힘이 되줄 최정(war 2.54, ops .975, wrc 156.7)이 빠졌다는 것. 최정은 여전히 리그 최정상 3루수라는 점에서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다.

 

정리하자면 내야진에는 내야 전지역을 소화할수 있는 유틸인 김혜성과 허경민을 뽑았음에도 불구, 타격을 강화 할 수 있는 옵션이 거의 뽑히지 않았다. 심지어 2루와 유격수의 경우 최근 타격기록만 본다면 사실상 쉬어가는 타순이 될 전망. 수비력에 대한 부분은 어느정도 통한다고 해도 타격을 너무 포기한것은 결국 팀 밸런스 문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외야수: 4명. 역대 최저 인원이다. 일반적으로 5명의 외야수를 뽑는다는걸 감안한다면 정말 적은 수.

프리미어12 당시 김현수, 이정후, 박건우

다만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외야수의 인선은 대부분 납득이 가는 상황이다. 박해민(war 1.55, ops .780 wrc 105.)8은 타격은 약하지만 외야 전지역의 수비가 가능한 선수. 올해 최고의 활약을 보이는 이정후(war 3.16, ops.966, wrc 164.6), 국가대표에서 맹활약하는 김현수(war 1.73, ops .877, wrc 142.1), 유사시 중견수까지 가능한 박건우(war 1.71, ops .838, wrc 135.1)로 구성된 외야는 수비적으로 분명히 강력하다.

 

문제는 외야의 수. 현재 제대로된 외야 백업이 없는 상태로 올림픽을 치뤄야하는데 부상당하는 등 피치못할 사태가 생겼을 때 전술적인 부분에서 문제발생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김경문 감독은 김혜성과 강백호를 외야로 돌린다고 답변을 내놓았는데, 당장 강백호의 수비가 불안해서 오재일을 뽑고 김혜성이 전문 외야수가 아닌데 이렇게 준비를 했다는거 자체가 의문이다.

 

예비엔트리에 홍창기(war 2.61, ops .845, wrc 146.3)을 넣지않아 뽑을수 없게된 부분이나 나성범(war 1.71, ops .880, wrc 128)을 활용하지 않은 부분은 아쉬운 점.

 

총평: 국가대표팀의 세대교체 필요성이 느껴지는 라인업. 특히 투수진의 경우 지난 10년이상동안 국가대표 선발진의 주축이었던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이 빠지면서 확고한 1선발이 없는 상황. 불펜 역시 오승환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얼굴의 등장이 필수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투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지가 성적을 가를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상황속에서 국가대표팀이 이도저도 아닌 라인업을 구성했다는 점. 무엇보다 지금의 엔트리가 현재 상황에서 뽑을수 있는 가장 최선의 엔트리였는가에 대한 부분은 의구심이 든다. 

타선 전체적으로 볼때 심각한 문제점은 바로 장타력. 중심타선을 구축할 이정후 - 양의지 - 강백호의 경우 모두 포함되었지만 최정, 나성범 등이 빠지면서 타선구성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만약 이정후가 테이블세터로 빠지게된다면 중심타선의 약화는 이어지게 될 것이다.

 

설령 이정후가 그대로 남아있는다해도, 이번에는 테이블 세터 구성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게된다. 그럼에도 리그 최상위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는 홍창기(4위), 정은원(5위), 그리고 이미 메이저리그 최고의 1번타자로 활약했던 추신수(7위)까지 빠진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앞서 말한것처럼 현 국대의 투수진이 강력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타격으로도 제압하지 못한다는 것은 치명적으로 보인다. 

 

선수선발 권한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그리고 어떤 대표팀이든 인선에 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가대표로 나가는 만큼 실력으로 보여주기 전에 자신이 한 선택에 대한 설명은 어떤 방식으로든 필요했다.

개인적으로 김경문 감독이 가장 잘못한 것은 소통에 대한 준비가 너무나 부족했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리그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들(강재민, 정은원, 최정 등)을 제외했고 엔트리 역시 평소와 다른 수를 보였음에도 김경문 감독의 인터뷰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https://www.chosun.com/sports/sports_photo/2021/06/16/6RNZSWPI6QOJKYZ626KHUPCEYY/

 

이의리를 뽑으며 차기 대표팀 좌완을 준비한 것은 좋았으나 공식적인 석상에서 '어느정도 할지 모르겠다'라고 발언한 점이나, 외야수 선발을 했는데 최주환을 대타로 보고 김혜성을 외야로 돌린다는 등 전반적인 대책들이 전부 부실했다. 물론 본인이야 고심해서 짠 엔트리겠지만 스탯으로 팬들을 전혀 납득을 못시킨 상황에서 허술한 인터뷰는 엔트리에 대한 불만을 더 키운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야구 국가대표팀은 분명한 위기이다. 2015년 프리미어 12 우승 이후 한국 국가대표팀은 상대적으로 만만한 팀들과 선수들이 나오는 아시안게임을 제외하곤 계속 부진했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은 작년 코로나로 인해 마이너리그를 소화 못해서 칼을 갈고 나온 선수들이 많은 미국,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 홈그라운드 이점과 최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 일본과 경쟁해야 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인해 우리에게 올림픽 야구는 상당히 각별한 기억이다. 개인적으로 금메달은 힘들다고 하더라도 '참사'로 통칭되는 끔찍한 기억은 없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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